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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디그의 여왕, 김해란
황태자의 사색
2022. 1. 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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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선수가 말한 '해란 언니'는 흥국생명 배구단 리베로 김해란 선수다. 도쿄올림픽 때부터 배구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국가대표 배구팀의 리베로라고 하면 '오지영' 선수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지난 15년간 국가대표팀 부동의 리베로는 늘 김해란 선수였다. 도쿄올림픽 예선전 때도 국가대표로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기여했으나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출산'을 선택했다.
아이를 낳고 올해 다시 리그로 돌아온 김해란 선수는 여전히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상대팀에 얼마나 두려운 존재냐면 매치포인트나 듀스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부른 상대팀 감독은 공격수에게 이런 작전 지시를 할 때가 많다. "야, 해란이 쪽으로는 때리지 마." 상대 공격수들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공을 어디로 때려도 김해란 선수가 그쪽으로 와 있어요."
'디그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 선수는 지난 15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남녀 프로배구를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1만디그를 달성했다. '디그'란 수비수가 상대방 공격수의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을 말한다. 디그는 실점 위기를 공격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이기에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강스파이크를 받아내려면 온몸을 날려야 하기 때문에 1만디그는 코트에 수만 번 몸을 날리고 뒹굴어서 얻은 영광이다.
스포츠 격언에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어느 조직이나 승리하는 곳에는 김해란 선수처럼 위기에서 몸을 날려 기회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주목받지 못한다. 김연경 선수의 시원한 스파이크도 김해란 선수의 몸을 날린 디그가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김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