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언더아머·아디다스·월마트, 전부 여기 꽂혔다
나이키·언더아머·아디다스·월마트, 전부 여기 꽂혔다
나이키·갭·발망·월마트… 전통적인 유통기업들, NFT 잇따라 도전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해 말 자체 가상화폐와 NFT(대체불가능토큰)를 기반으로 한 새 쇼핑 서비스에 활용할 상표를 미국 특허청에 출원했다. ‘버스 투 스토어(Verse To Store)’ ‘버스 투 커브(Verse To Curb)’ ‘버스 투 홈(Verse To Home)’ 등 세 종류의 상표 모두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에서 따왔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월마트가 가상 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자 제품과 완구, 스포츠 용품 등을 NFT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리테일) 업체들이 NFT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NFT는 위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진·동영상·그림·게임 아이템 등에 희소성과 소유권을 부여해주는 기술이다. NFT로 자사 제품을 디지털화해 가상 세계에서 판매하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와 신시장 개척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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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NFT에 풍덩
2~3년 전까지만 해도 신기한 기술로 취급받았던 NFT 시장은 메타(구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서비스에 뛰어들고,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NFT 시장 거래액은 248억달러(29조6000억원)에 이른다.
유통 업체들은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다. 나이키는 작년 12월 가상 디지털 운동화를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디지털 패션 브랜드 RTFKT(아티팩트)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업계에선 나이키가 조만간 자사 운동화를 가상 현실에서 아바타용이나 소장용으로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이키는 이미 작년 11월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으로 꼽히는 로블록스 내에 자체 가상 세계인 나이키랜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와 아디다스도 작년 12월 NFT를 시장에 내놨다. 언더아머는 미국 프로농구 스타 스테판 커리가 NBA 역사상 최다 득점 3점 슈터가 된 경기에 신었던 ‘커리플로우 9′ 운동화를 NFT로 만들었다. 아디다스는 자사 후드티와 운동화 등을 착용한 아바타 NFT 3만개를 판매해 27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미국 의류업체 갭(GAP)도 지난 13일 가격을 달리한 4개 등급의 의류 NFT 판매를 시작하고, 비싼 NFT를 사거나 여러 개의 NFT를 사면 실물 한정판 후드티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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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는 것은 브랜드 마케팅
명품 업체도 NFT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발망은 최근 NFT 발행을 위해 바비 인형 제작사인 마텔과 손잡았다. 3가지 바비 인형을 발망의 옷과 액세서리로 꾸민 NFT가 현재 경매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영국 버버리는 지난 8월 블록체인 기반 게임인 ‘블랭코스 블록파티’와 협업해, 버버리 디자인의 의상을 입은 캐릭터 ‘샤키 B’를 750개 한정으로 선보였다. 의류 업체 어반아웃피터스, 랄프 로렌, 아베크롬비&피치 등도 최근 가상 세계 매장을 열겠다며 상표권을 출원했다.
유통 업체들이 가상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투자비가 적게 드는 반면 마케팅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한정판 제품의 인기를 경험한 업체들이 가상 세계에서도 이런 전략이 통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실제 제품의 디자인을 활용하면 온라인에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쉽게 NFT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투자 금액 자체가 적기 때문에 설령 NFT 사업이 실패를 하더라도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또 자사 NFT가 가상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 경우, 급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자체 유통망과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한다”며 “NFT가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