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불모지’ 중남미·아세안에 ‘유니콘 기업’ 쏟아진다
IT 불모지’ 중남미·아세안에 ‘유니콘 기업’ 쏟아진다
코로나로 비대면 문화 확산되며 인프라 부족한 곳에 IT수요 급증
중남미 지역의 스타트업에 작년 200억달러 이상 돈 몰려
지난해 12월 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한 브라질 핀테크 업체 누뱅크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4.78% 오른 10.3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누뱅크의 시가총액은 476억달러(약 57조원)를 달성해 브라질 최대 은행인 이타우 우니방코(370억달러)를 넘어서며 브라질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금융기관이 됐다. 브라질 기업 전체 순위에선 브라질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711억달러), 광산 개발 업체 발리(661억달러)에 이어 3위다. 누뱅크는 콜롬비아 출신인 다비드 벨레스가 2013년 브라질에서 창업했다. 브라질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와 연회비 없는 신용카드, 편리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이 업체는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급성장하며 중남미 이용자 50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중남미와 아세안에서 코로나를 거치며 스타트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가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면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기술 기업 수요가 높아졌다”며 “중남미와 아세안에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몰려들고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4개에 불과하던 중남미 유니콘 기업은 불과 3년 만에 27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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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스타트업 투자액 2년 새 네배
농업이나 석유를 주력 산업으로 내세우는 이 지역은 제3세계로 불리며 GDP와 인구 규모에 비해 기술 업종 투자가 적은 편이었다. 2019년 전 세계 증시에서 기술 업종의 비율은 30.5%였지만, 중남미(8.0%)와 아세안(10.7%)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스타트업 전문 분석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지역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에서 200억달러(약 23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2019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남미 스타트업 중에서 코로나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업종은 핀테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에 중남미 은행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영업하는 데다 높은 수수료와 비효율적인 행정 업무로 악명이 높았다. 중남미 인구 절반만 계좌를 갖고 있었고, 결제는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비대면 사회가 확산되고 온라인 금융 서비스와 비(非)현금 결제가 필요해지자 은행 계좌가 없던 이들이 자연스레 핀테크를 찾기 시작했다. 누뱅크도 브라질의 기존 은행들이 브라질 도시의 60%에만 지점을 보유하고 있어 인구의 3분의 1가량은 은행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주타깃을 계좌가 없는 사람으로 정하고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중남미 스타트업 중에는 핀테크 이외에 이커머스, 중고차 판매, 부동산 계약 같은 생활 밀착형 플랫폼이 눈에 띈다. ‘중남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이커머스 기업 메르카도 리브레는 기업가치가 브라질의 국영 석유 회사인 페트로 브라스, 광산 재벌인 베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18일 현재 시가총액이 567억달러(약 67조5000억원)에 이른다.
중남미 스타트업의 특징은 한 국가에서 성공하면 주변국으로 확장이 빠르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스타트업 카박은 중고 자동차 플랫폼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사업을 확장했고, 10분 만에 식료품을 배달해주는 온라인 장 보기 업체인 콜롬비아 스타트업 라피는 남미 9국 200도시에서 영업한다. 각각 지난해 40억달러, 35억달러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아 유니콘이 됐다.
◇2021년은 ‘아세안 유니콘의 해’
동남아 지역의 스타트업 열풍도 거세다. 2021년은 ‘아세안 유니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 테크인아시아에 따르면 아세안에서 지난해에만 24개 유니콘이 새로 탄생해 총 43개가 됐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동남아 지역 인터넷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최근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 강화로 중국을 빠져나간 글로벌 투자 자금이 몰린 덕분이다.
아세안의 스타트업들은 현지 인프라와 소비 문화를 겨냥한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물류 스타트업 J&T익스프레스는 비포장도로가 많은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5국에서 오토바이 배송을 앞세워 중국 업체들을 밀어내고 택배 분야 1위에 올랐고, 말레이시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아이플렉스는 지난해 8센트(약 90원)만 내면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현지에서 글로벌 OTT 최강자인 넷플릭스를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