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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 누비던 전함, 역사 뒤안길로 사라져도 그 영광은 영원하리
황태자의 사색
2022. 1. 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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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 누비던 전함, 역사 뒤안길로 사라져도 그 영광은 영원하리
입력 2022.01.27 16:26 수정 2022.01.28 02:42 지면 A23
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전함 테메레르'
퇴물로 전락한 거대 범선
산업혁명 산물인 증기선에
해체되기 위해 끌려가는 모습
황혼 무렵 바다 위 두 척의 배
찬란했던 과거와 오늘이 교차
英 국민의 자부심이 담긴 명화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전함 테메레르'
퇴물로 전락한 거대 범선
산업혁명 산물인 증기선에
해체되기 위해 끌려가는 모습
황혼 무렵 바다 위 두 척의 배
찬란했던 과거와 오늘이 교차
英 국민의 자부심이 담긴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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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터너, 전함 테메레르, 1839, 내셔널갤러리, 런던
“이 그림은 항상 울적함을 느끼게 하죠. 한때의 위대한 전함이 해체되기 위해 불명예스럽게 끌려가고 있으니…. 역시 시간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Q)
“젊다고 다 창조적이진 않아.”(007)
“잠옷 차림에 차를 마시면서 노트북으로 요원님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어요.”(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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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터너와 전함 테메레르가 인쇄된 영국의 20파운드 지폐.
마크 카니 BOE 총재는 “터너의 그림은 혁신적이었고, 그의 영향력은 평생 이어져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20파운드 새 지폐는 빛나고 다채로우며 영광을 떠올리게 하는 터너와 그의 그림의 유산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물녘의 템스강을 배경으로 작은 증기 동력 예인선이 커다란 범선을 끌고 가는 장면을 그린 이 풍경화가 영국인들의 애국심을 상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왜 국민 그림으로 뽑혔을까.
98문의 함포로 무장한 테메레르는 당시 가장 큰 군함 중 하나로,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군 제독으로 평가받는 허레이쇼 넬슨 제독의 기함인 HMS빅토리(Victory)호를 위기에서 구하는 공적을 남겼다. 트라팔가 해전에서 활약한 테메레르의 위대한 승리와 업적은 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역사상 가장 거대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대영제국을 일구는 초석이 됐다. 나폴레옹 해군을 무찌른 테메레르는 군사적 용맹의 상징이 됐고 ‘파이팅 테메레르(Fighting Temeraire)’라는 이름도 얻었다.
테메레르의 영웅적인 활약상은 회화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인기있는 주제였다. 그러나 대영제국의 영광과 영국 해군의 상징과도 같은 테메레르도 세월의 흐름은 이겨낼 수 없었다. 군함은 전성기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잃고 노후화로 수명이 다해 폐선으로 매각됐고, 템스강에서 로더히스에 있는 조선소로 예인돼 해체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많은 언론이 군 복무를 마치고 퇴역하는 테메레르의 마지막 여정을 앞다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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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