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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없인 못산다던 그 바닷가…연30만명 찾는 감성마을 된 사연 [핫플레이스]
황태자의 사색
2022. 1. 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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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묵호항이 동해안 제1 무역항으로 개항한 뒤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선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늦은 밤 묵호항에 입항하면 언덕 판자촌이 마치 고층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동해항이 크게 성장했고, 묵호항 일대는 급속도로 쇠퇴했다. 어획량까지 줄면서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떠나고 빈집이 생겨났다. 몇몇 어르신만 남아 삶을 꾸려가며 동네는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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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은 논골1·2·3길, 등대오름길 등 네 갈래로 나뉘며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지고 있다. 논골1길에는 과거 도시를 밝혔던 사람들과 그들의 생업이, 논골2길에는 구멍가게 등 지금은 사라진 추억이 벽화로 녹아 있다. 논골3길에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강인하고 엄했던 아버지의 모습 등 가정에서 벌어졌던 일화가 담겼다. 등대오름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묵호의 환경을 담아낸 골목이다.
벽화 곳곳에 새겨진 글귀는 감성을 자극한다. 어선 불빛이 수놓은 밤바다를 그린 작품에는 '오늘도 아버지의 등불은 검은 바다 위를 서성인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장화 그림과 함께 '오징어, 명태가 넘쳐나던 그 시절… 온 동네 흙길이 물바다가 됐다.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산다'는 글귀는 어부의 삶을 진지하면서도 재치 있게 담아냈다.
논골담길은 경사가 완만한 편은 아니다. 골목은 1~2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다. 그동안 일부 보수 공사가 진행되긴 했지만 벽돌과 시멘트로 만든 계단은 옛 모습 그대로다. 이 또한 논골담길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판잣집들과 정겨운 벽화,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항구와 어선들, 그 뒤로 펼쳐진 동해는 어디에서 사진을 찍든 작품으로 만든다.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카페와 쉼터, 펜션 등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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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은 해마다 약 30만명이 찾는다. 특히 레트로(retro)를 넘어 뉴트로(New+retro) 바람을 타고 젊은 층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맛집'으로 통한다. 한 SNS에서는 논골담길 관련 게시글이 현재 2만3000여 개에 이른다. 지난 16일에도 논골담길은 젊은 연인들로 가득했다. 너도나도 "이 동네 참 이쁘다"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휴대폰을 들어 올리고 포즈를 취하기 바빴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이수진 씨(27)는 "동네가 아기자기하고 이쁘다"며 "감성적인 벽화와 바람개비, 등대 등 인생샷을 찍을 곳이 너무 많다"고 흡족해했다. 가족과 찾은 이하늘 씨(37)는 "이런 풍경이 낯선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다"며 "눈 내린 날에 와도 이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촌 마을인 만큼 싱싱한 회 한 사발도 빼놓을 수 없다. 묵호항 주변 어느 횟집을 가든 강원도 인심은 서비스다.
[동해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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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함께 꼭 들러야 할 곳이 '해랑전망대'다. 해랑전망대는 도째비골과 비슷한 시기에 개장한 시설이다. 길이 85m 해상 교량으로 길이는 짧지만 바닷가 쪽으로 나 있어 경치가 장관이다. 일부 구간은 유리 바닥 구조여서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교량 전체 야간 경관 조명이 설치돼 포토존으로도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