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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혁명 이끌 대체육 뜬다]“맛·향·모양 감쪽같지만 육질·육즙은 ‘진짜’와 차이”

황태자의 사색 2022. 1. 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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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혁명 이끌 대체육 뜬다]“맛·향·모양 감쪽같지만 육질·육즙은 ‘진짜’와 차이”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9 00:20

업데이트 2022.01.29 01:56

지면보기지면 정보

SPECIAL REPORT

26일 오전 강동구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닭고기 프라이드와 돼지고기 꿔바로우 대체육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정준희 기자

최근 대체육 시장이 부쩍 커지고 있다지만 경험은 제한적이다. 주변에 물어 봐도 먹어 봤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자에게도 십여년 전 채식 뷔페에서 먹어본 콩고기의 기억이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맛에 푸석푸석한 스폰지 같은 식감으로 어렴풋이 남아 있다. 요즘 최신 공법으로 개발된 대체육은 많이 달라졌을까.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26일 강동구의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 위미트의 협조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투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된 위미트는 버섯과 두부, 병아리콩, 밀단백 등을 재료로 자체 개발한 고수분대체육(HMMA) 기술로 대체육 프라이드와 꿔바로우를 생산하는데 ‘맛과 식감을 고기와 가장 가깝게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안현석 위미트 대표는 “예전부터 존재하던 콩고기가 사랑받지 못했던 건 맛과 식감 때문”이라며 “고기에서 기대하는 특유의 맛과 근섬유들이 치밀하게 뭉쳐진 근육조직의 질감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7명 중 6명이 진짜 육류와 대체육 구별

블라인드 테스트는 시판중인 유명 브랜드의 냉동 프라이드 치킨, 돼지고기 꿔바로우와 위미트의 대체육 프라이드, 꿔바로우를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해 비교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브랜드를 가리고 시식한 후 맛, 향, 식감, 비주얼 항목별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절대평가를 한 후, 어느 쪽이 대체육인지도 맞춰 보게 했다. 시식 커머스 플랫폼인 푼타컴퍼니 임직원 5명 등 총 7명의 2030 참여자가 맛을 봤다.

시식 전 참여자들은 “요즘엔 맛도 비주얼도 감쪽같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면서도 “대체육을 맞출 자신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겉보기로는 과연 감쪽같았다. 튀김옷을 입힌 순살제품인 만큼 기자가 보기에도 비주얼만으로는 짐작이 가지 않았고, 실제로 꿔바로우의 비주얼 점수는 오히려 대체육 쪽이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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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맛과 식감의 구별은 어렵지 않았다. 프라이드와 꿔바로우 각각 한명씩만 구별에 실패하고 모두 정답을 맞힐 정도로 맛과 식감은 실제 육류와 차이가 있었다. 참여자 최수아씨는 “대체육은 육질이 느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쫀득한 느낌”이라고 했고, 김수아씨도 “고기의 결은 안 느껴졌지만, 맛과 향은 대체육이 나은 것 같다”고 평했다.

사실 비교대상인 육류 제품도 냉동식품인지라 경쟁력이 높지는 않았다. 4가지 항목 점수를 더해 총 40점 만점에 프라이드는 평균 33.14점(육류) 대 33.85점(대체육)으로 대체육이 총점이 좋았고, 꿔바로우도 30.14점(육류) 대 32점(대체육)으로 대체육이 우세했다. 항목별로는 어떨까. 맛의 경우 프라이드는 견과류를 첨가한 대체육(8.85점 vs. 8점)이, 꿔바로우는 육류(8.42점 vs. 7.57점)가 점수가 높았고, 식감은 프라이드(9점 vs. 8점)와 꿔바로우(8.14점 vs. 6.85점) 모두 육류의 점수가 높았다.

대체육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참여자 홍수연씨는 “프라이드의 경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치킨의 맛을 구현한 것 같았고, 일반 치킨이 오히려 닭냄새가 느껴져서 별로였다”고 했고, 이정선씨도 “예전에 먹었던 콩고기보다 확실히 발전했다. 프라이드의 닭냄새나 자극적인 맛이 덜해서 속이 더 편한 것 같다”고 했다. 장진호씨는 “이질감이 크지 않지만 고기만이 가진 육즙 부분은 차이가 난다. 육즙만 보완되면 고기 못잖은 완성도를 갖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우열 경쟁보다 서로 다른 음식으로 봐야

식물성 대체육이 과연 고기만큼 포만감을 줄까도 궁금한 지점이다. 기자는 네접시에서 한 점씩 시식하고도 배가 불렀는데, 안현석 대표에 의하면 프라이드의 경우 닭가슴살과 단백질 함량이 유사하고, 100그램당 11그램의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포만감이 크면서도 소화가 잘된다’는 피드백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위미트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채식주점 포인트프레드릭의 장서희 셰프는 “매장 특성상 늦은 밤에 주문이 많은데 밤에 푸짐하게 먹어도 속에 부담이 적다는 반응을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직접 맛을 보니 육류와 대체육 중 어느 쪽이 우월하다거나 대체육이 감쪽같이 특정 육류 행세를 할 수 있다기 보다는 서로 다른 음식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안 대표도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고기의 느낌을 살리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대체육이라는 어감 자체가 모방하는 느낌이라 ‘진퉁짝퉁’ 이슈가 있지만, 그 자체로 ‘진퉁’이 되는 방향성으로 가고 싶습니다. 세계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고기 수요도 축산업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할텐데, 에너지 효율 면에서 지속 가능하게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이 대체육이거든요. 고기를 씹을 때 느껴지는 풍미나 질감, 진한 감칠맛이라는 몇가지 캐릭터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고기를 대체하려는 것이죠. 아직은 맛과 식감, 전체적인 경험에서 고기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연구개발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