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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대기는 기본” 공급 더딘 반도체 장비에 애타는 삼성·SK하이닉스

황태자의 사색 2022. 2. 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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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대기는 기본” 공급 더딘 반도체 장비에 애타는 삼성·SK하이닉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발표 때 장비 수급 문제 언급
반도체 수요 증가로 장비 주문도 늘어
코로나19에 부품 공급 차질 빚으며 생산 밀려
ASML EUV, 1년 기다려야 “문제 해결 못해”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ASML EUV 노광장비 생산시설. /ASML 제공
입력 2022.02.07 06:00
 
 
 
 
 

“(반도체) 설비 반입 시점이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삼성전자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렇게 밝혔다. 삼성전자가 시설투자(CAPEX)에 있어 장비 부품 수급 문제로 설비 반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언급한 것에 대해 업계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판단한다.

SK하이닉스 또한 반도체 장비 수급 문제가 있다고 실적 발표를 통해 밝혔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지나해에 이어 올해도 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장비 생산, 설비 반입까지 걸리는 총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SK하이닉스는 계획된 장비 입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그러나 (설비 반입) 차질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증설 경쟁에 들어간 가운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늘어난 반도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절대적인 장비 주문량이 늘었고, 여기에 부품 공급망 문제가 겹치면서 장비 생산이 원활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2조원을 시설 투자에 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70조원 이상을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등에 투자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파운드리 재진출을 알린 인텔은 이달에만 24조원을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 건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13조원을 시설투자에 쓴 SK하이닉스는 올해 17조원에 달하는 투자비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또한 지난해 말 일본 히로시마 공장 주변에 8조원을 투자해 D램 공장을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반도체업계의 대규모 시설투자는 장비 수요의 가파른 상승세를 불러왔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인 980억달러(약 1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망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흔들리고 있다. 또 장비를 만들 인력 수급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네덜란드 ASML은 최근 반도체 장비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알렸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부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지만, 문제가 쉽게 해결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반도체 식각(회로를 새기는 공정) 공정 장비를 생산하는 램리서치의 팀 아처 CEO 또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고급 인력 운용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라며 “물류와 부품 부족 문제로 지난해 12월부터 공급망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 /SK하이닉스 제공

현재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에 대해 종류에 따라 짧으면 3~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EUV 노광장비의 경우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반입 차질로 막대한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도 적기에 반도체 양산을 하지 못하면 시장 주도권은 물론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체들은 우선 장기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에 장비를 먼저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를 구하고, 시설 투자를 탄력적으로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기존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탄력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해 집행하기로 했다. 또 관련 부서 주요 임원들이 수시로 해외를 드나들며 장비 회사와의 대책을 논의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장비 리드타임 증가에 대비해 올해 투자분 중 일부를 지난해 하반기 앞당겨 장비 발주를 예년보다 빠르게 집행했고, 주요 장비 회사와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리드타임 장기화가 단시간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각 회사는 투자 계획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라며 “다만 투자 경쟁 속에서 장비 공급이 늦어질 경우 경쟁력 확보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