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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유권자 269만 늘어…누구에게 유리할까

황태자의 사색 2022. 2. 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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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유권자 269만 늘어…누구에게 유리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2.02.0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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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기자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구독

‘2022 vs 2017’ 인구로 본 대선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저출산·고령화가 인구 지도를 바꾸면서 이번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올해 20대 대선 유권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9일 선거권자 조사가 시작된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일 28일 전 시·군·구 단체장이 주민등록이 돼 있는 선거권자를 투표구 별로 조사해 닷새 내에 작성하게 돼 있다. 올해 특이사항은 만 18세(약 49만 명)가 처음으로 대선에 투표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2019년 법이 개정돼 2020년 4·15 총선에서 첫 선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유권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올 1월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청 통계)와 5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한 19대 대선 유권자를 비교했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60세 이상 고령 인구의 증가다. 5년 만에 약 269만 명(26%) 늘었다. 50대는 약 16만 명(1.9%) 늘었다. 그 아래 연령은 다 감소했다. 40대가 6.5%, 30대가 10%, 20대가 2% 줄었다.

저출산·고령화 영향 받은 첫 대선
‘고령자 증가=윤석열 유리’ 맞을까
60대 초반 ‘86정서’ 아직 남아 있어
20~30대 90만 감소, 무당층 변수

저출산·고령화는 200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 해 출생아동이 2000년 60만 명대에서 2001년 50만 명대로, 2002년 40만 명대로 급락했다. 이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자 712만명)의 막내 격인 63년생이 만 59세이고, 나머지는 이미 60대 고령 유권자가 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반 시작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첫 선거가 이번 대선”이라고 말한다.

7일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60대 이상 고령 유권자의 56.8%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29.4%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6.2%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1%가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60세 이상 고령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보수 후보에게 우호적이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60세 이상 유권자가 269만 명 증가한 게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할 것처럼 보인다.

나이 들어도 가치관은 그대로

지난 3일 열린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후보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뉴스1]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정치컨설턴트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연령과 세대 변수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데, 선진국처럼 고령화가 계속되면 조금씩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게 연령 변수다. 우리도 그런 경향이 분명히 있지만 60대 후반 이후의 노인 연령층에 해당하는 얘기”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60대 초반은 다르게 봐야 한다. 연령보다 과거 민주화 시절을 보낸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라는 세대 변수가 강하다. 이재명 후보 지지가 강한 편인 50대 정서랑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60~65세는 483만 명이다. 이상림 연구위원도 “60대 후반 이후의 고령층은 이념적 지향이 굳어 있지만 60대 초중반은 86세대의 코호트(비슷한 특성을 지닌 특정 인구집단) 특성을 갖고 있어 달리 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도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건 맞지만, 정치적 성향이 반드시 나이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586세대 같은 세대 가치를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 가져가기 때문에 연령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유권자 중 최다 연령층은 50대(864만 명)이다. 19대 때는 40대였다. 50대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세가 강하다. 이 후보 지지세가 더 강한 40대는 이번에 6.6% 줄었다.

19, 20대 대선 유권자 지역별 인구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대는 복잡하다. 5년 전보다 감소 폭(2%)이 가장 작다. 이상림 연구위원은 “이념적 지향이나 코호트 특성이 없는 세대가 20대이다. 18, 19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후보들이 집중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이준호 대표는 “20대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계열 후보를 지지해 투표율을 따졌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20대 남성은 야권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무당층이 많은 20대 여성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영태 교수는 “20대는 부모 영향을 많이 받아 부모세대와 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며 “젊으니까 민주당 후보를 좋아할 것이라는 통념이 통하지 않을뿐더러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의 보수 색채도 뚜껑을 열면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호남 유권자 비슷하게 증가

19, 20대 대선 유권자 연령별 인구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번 선거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세대 갈등 양상이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림 연구위원은 “이념적 거대담론 공약보다 고령층과 20대 젊은 유권자를 위한 단발성 공약(이재명의 소확행, 윤석열의 심쿵 약속)이 쏟아진다.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놓고 세대 간 갈등 양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도 7일 연금개혁 공약을 공개하면서 “미래세대 부담 경감”을 내세우며 젊은층을 파고들었다. 이준호 대표는 “이번 대선은 특이하게도 변별력이 가장 낮고 정책 공약의 흡인력이 떨어진다. 남은 기간에도 변별력이 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 인구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재명 후보의 텃밭인 광주·전남·전북 유권자는 5년 전보다 약 5만9000명 늘었다. 윤석열 후보의 텃밭인 대구·경북은 2만5000명 늘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나오는 부산·울산·경남에서 3만5000명가량 늘었다. 수도권은 5년 전보다 123만 명가량 늘어 중요성이 더 커졌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