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제주가 바로미터? 역대 대선 4대 징크스, 이번에도 통할까
충북·제주가 바로미터? 역대 대선 4대 징크스, 이번에도 통할까
[홍영림의 뉴스 저격] [선거 결과 분석해보니]
①공식 선거기간엔 역전 없었다 - 유권자 대부분 이미 마음 정해져
②지지율 높은 정당 후보가 승리 - 無黨층 30%… 2002년 대선땐 예외
③충북·제주가 ‘전국 바로미터’ - 7차례 대선에서 모두 당선자 맞혀
④자영업자·주부 표심 잡아야 - 경제이슈가 승패 가르는 중요 변수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일곱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與野)엔 승부와 관련한 여러 징크스가 생겼다. 이번 3·9 대선에서도 역대 대선을 관통했던 징크스가 통할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선두권 후보들의 접전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 대선은 과거 대선의 징크스를 따져 봐도 여야의 유불리가 엇갈리고 있어서 누가 승리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다.
◇공식 선거 기간엔 선두가 바뀐 적이 없다
역대 대선에선 투표 약 3주일 전 후보 등록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오차 범위 이내라도 선두였던 후보가 예외 없이 최종 승자가 됐다. 공식 선거 기간에 ‘역전 불가론’이 견고하게 자리 잡은 이유는 이때쯤이면 유권자의 마음이 대부분 정해지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선 자료에 따르면, 이변이 많았던 2002년에도 이 징크스는 통했다. 공식 선거 기간 돌입 직전인 대선 24일 전에 이뤄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직후 노무현 후보(43.5%)가 이회창 후보(37.0%)를 앞섰고 끝까지 판세가 바뀌지 않았다. 2012년에는 대선을 26일 앞두고 안철수 후보의 사퇴 당시 박근혜 후보(48%)가 문재인 후보(46%)를 앞섰고 결국 박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에도 이 징크스가 통한다면 대선 22일 전 공식 선거 시작(2월 15일) 시점의 여론조사에서 조금이라도 앞선 후보가 유리할 것이다. 최근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선 조사가 많지만 두 후보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이거나 동률인 조사도 있다. 서울경제·칸타코리아 조사(8~9일)는 윤 후보(41.2%)가 이 후보(31.3%)를 10%포인트가량 앞섰고 머니투데이·한국갤럽 조사(7~8일)는 윤 후보 40.1%, 이 후보 36.9%였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조사(7~9일)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35%로 같았다.
◇정당 지지율 높은 쪽이 이긴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당 지지율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갤럽 자료에선 역대 대선 가운데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2002년을 제외하면 정당 지지율이 높은 쪽이 모두 이겼다.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34%)이 노무현 후보의 민주당(28%)보다 지지율이 높았지만 이 후보가 패했다. 당시엔 막판까지 30%가량이던 무당층(無黨層)에서 노 후보 득표가 높았던 것의 영향이 컸다.

다른 대선에서는 지지율이 높은 정당의 후보가 승리했다. 1997년에는 김대중 후보의 국민회의(30.4%)가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26.1%)보다 높았고, 2012년에도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41.9%)이 문재인 후보의 민주통합당(38.7%)보다 높았다. 대선 승부에 정당 지지율이 중요했던 이유는 유권자의 선택에 후보 개인의 자질뿐만 아니라 소속 정당의 수권(受權) 능력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이번 대선에선 여야 정당 지지율이 초박빙이고 조사마다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5~6일)는 민주당(37.3%)이 국민의힘(36.9%)보다 0.4%포인트 높았지만, 머니투데이·한국갤럽 조사(7~8일)에선 국민의힘(37.6%)이 민주당(37.1%)보다 0.5%포인트 높았다.
◇충북과 제주는 대선의 ‘바로미터’ 지역
충북과 제주 유권자는 전국 유권자의 각각 3%와 1.2%에 불과하지만 1987년 이후 일곱 차례 대선에서 모두 당선자를 맞힌 곳이다. 서울·인천·경기 등 전국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속한 수도권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49.8%)가 박근혜 후보(49.4%)보다 득표율이 근소하게 높았지만 문 후보가 패했다. 이에 비해 충북과 제주는 ‘전국 표심(票心)의 바로미터’ 지역으로 손색이 없다.
충북은 여야 대결이 치열했던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50.4%)가 이회창 후보(42.9%)를 앞섰고, 2012년 대선도 박근혜 후보(56.2%)가 문재인 후보(43.3%)를 앞섰다. 제주도 역시 대선 때마다 ‘제주에서 이기면 당선’이란 공식이 통했다. 1992년, 1997년, 2012년 대선에선 대통령 당선자의 제주도 득표율이 전국 득표율과 1~2%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최근엔 충북과 제주의 표심이 서로 다르다. 청주KBS·케이스탯리서치가 충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3~4일)에선 윤석열 후보(41.2%)가 이재명 후보(34.3%)를 6.9%포인트 앞섰다. 반면 제주 지역 언론 4사가 한국갤럽과 제주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3~4일)에선 이 후보(38.1%)가 윤 후보(32.1%)보다 6%포인트 높았다.
◇자영업자 票心 놓치면 이길 수 없다
역대 대선에선 자영업자 지지율 1위 후보가 모두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자영업자가 대선 승패의 ‘족집게’ 역할을 해온 이유는 경제 체감도가 가장 큰 직업 계층이기 때문이다. ‘경제 이슈’가 대선 승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변수란 것이다. 한국갤럽 자료에서 1987년 대선 직전 자영업자 지지율은 노태우 후보(33.3%)가 김영삼 후보(29.3%)보다 높았다. IMF 시기인 1997년 대선에선 자영업자 지지율이 김대중 41.5%, 이회창 36.4%였다. 2012년 대선도 자영업자는 박근혜 53.0%, 문재인 42.9%였다.
과거 대선에서는 장바구니 경제에 민감한 주부층의 선택도 주목을 받았다. 주부층 지지율 선두가 청와대에 입성한 것은 일곱 번 대선에서 1997년을 제외한 여섯 번에 달했다. 1997년에는 주부층에서 이회창 46.1%, 김대중 38.3%였지만 최종 승자는 김 후보였다. 하지만 2002년에는 노무현 41.1%, 이회창 37.7%였고 2012년에도 박근혜 56.1%, 문재인 32.5% 등 주부들의 선택과 대선 최종 순위가 같았다.
최근엔 자영업자와 주부층에서 야당 쪽이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조선일보·TV조선·칸타코리아 조사(4~5일)에서 자영업자는 윤석열 42.0%, 이재명 34.9%였고 주부층도 윤석열 39.4%, 이재명 28.9%였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역대 대선의 승리 법칙으로도 이번에는 어느 쪽이 유리할지 뚜렷하지 않다”며 “야권 단일화나 후보 가족 리스크 등 변수가 많아서 앞으로도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고 했다(기사에 인용된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경기지사 필패론·서울법대 필패론… 이재명·윤석열, 누가 징크스 깰까]
역대 대선의 징크스 가운데 선두권인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경기지사 필패론’과 ‘서울법대 필패론’이다. 역대 대선에선 경기지사 출신과 서울법대 출신 후보들이 매번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엔 ‘경기도는 대권 주자의 무덤’이란 속설이 무너진다. 그동안 경기지사 출신은 당내 경선 문턱도 넘기가 어려웠다.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한 후 불복하고 본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손학규·김문수·남경필 전 지사도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통과해서 ‘경기지사 출신 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 한다’는 1차 징크스는 이미 깨졌다.
윤 후보는 한국 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지만 대선과는 인연이 없었던 서울법대 출신의 ‘대권 불가론’에 도전하고 있다. 1997년·2002년·2007년 대선에 나섰던 이회창 후보는 각각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1997년 대선에 나섰지만 낙선한 이인제 전 경기지사도 서울법대 출신이다. 이번 대선에도 서울법대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이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 밖에도 역대 대선에선 ‘정권 교체 10년 주기설’이 있다. 1987년 이후 일곱 번의 대선에서 정권 교체는 세 번 이뤄졌다. 보수 또는 진보 진영에서 연속으로 대통령 두 명을 배출하고 이후 대선에선 항상 패했다. 이 징크스에 따르면, 이번 대선은 여당에 유리하다.
하지만 ‘한 당명(黨名)으로는 대선에서 한 번만 승리한다’는 징크스에 따르면, 여당이 불리하다. 역대 대선에선 민주정의당(노태우)·민주자유당(김영삼)·새정치국민회의(김대중)·새천년민주당(노무현)·한나라당(이명박)·새누리당(박근혜)·더불어민주당(문재인) 등 대선마다 승리한 쪽의 정당 이름이 달랐다. 이번에 야당이 승리한다면 대선마다 명칭이 다른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기록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