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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과 갈등 겪은 맘스터치, 상장폐지 목적으로 공개매수

황태자의 사색 2022. 2. 1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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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과 갈등 겪은 맘스터치, 상장폐지 목적으로 공개매수

중앙선데이

입력 2022.02.12 00:20

업데이트 2022.02.12 07:24

지면보기지면 정보

실전 공시의 세계

맘스터치 매장 외부 전경

수제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는 회사(또는 회사의 대주주)가 말 그대로 장외시장에서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개리에 사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주당 얼마에, 총 몇 주를, 언제까지 매수할 것이며 목적은 무엇이고, 원하는 수량을 다 매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개매수신고서를 공시해야 합니다.

공개매수 목적은 일반적으로 경영권 안정, 인수·합병(M&A), 지주회사 요건충족, 상장폐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분 대량 매수가 필요하다면 대주주가 공개매수의 주체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나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자금을 들여 자기주식(자사주)을 취득하는 꼴이 됩니다.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습니다. 따라서 경영권 위협이 발생하면 우호적 제3자에게 자기주식을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킵니다. 이 경우는 대주주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을 대개 적대적 M&A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A사가 B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B사 대주주 지분보다 더 많은 물량을 장외매수 하겠다고 공표하는 겁니다. 이 경우 B사 대주주가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 맞불을 놓는다면 이른바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는 급등합니다.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한 공개매수 사례도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맘스터치의 공개매수 목적은 상장폐지입니다. 상장회사는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5%를 넘기면 거래소에 자발적 상폐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매수 주체로는 대주주인 한국에프엔비홀딩스 외에 맘스터치(회사명 맘스터치앤컴퍼니)도 가담했습니다. 전체 공개매수 목표물량(지분율 15.8%, 1609만주) 가운데 429만주가 맘스터치의 몫입니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형식으로 상폐 지원에 나선 셈입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200원입니다. 최근 3개월 가중평균주가에 20%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입니다.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개매수 가격은 최근 시세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는데, 매수가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주주들이 회사의 본질가치에 비해 매수가격이 턱없이 낮다고 반발하는 겁니다. 주가가 낮은 시점을 노려 헐값에 공개매수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비상장사로 만든 다음 대주주가 배당 잔치를 벌여 회사 이익을 독식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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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 대주주가 상폐를 추진하는 이유는 상장 유지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입니다. 상장사는 회사 실적 등을 담은 분기 반기 연간 사업보고서 및 각종 주요 의사결정 내용 등을 증권시장에 공시해야 합니다. 맘스터치는 최근 가맹점에 대한 공급가격 인상 문제로 가맹점주들과 큰 갈등을 빚었습니다. 점주들은 공시된 회사 실적에 근거해 회사 조치를 비난했습니다. 맘스터치는 경영에 대한 외부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폐를 선택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근 점주와의 갈등이 상폐 결정에 일부 작용했음을 내비친 겁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