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34] 조선왕조 종말 예언
[조용헌 살롱] [1334] 조선왕조 종말 예언
계룡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800m급 해발이니까 웰터급 정도 높이지만 펀치는 헤비급의 강도를 지니고 있다. 산 전체가 통바위로 되어 있어서 펀치가 세다. 조각난 바위보다는 통으로 된 바위산의 자기장이 강하기 마련이다. 자기장이 강한 산에는 무당, 도사, 승려가 많이 모여든다.
특히 계룡산의 연천봉(連天峰) 꼭대기 바위에는 조선왕조를 경멸하고 혐오한 반체제 도사 또는 승려들이 남긴 암각 글씨가 새겨져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계룡산은 이씨 조선을 반대하고 정씨(鄭氏) 조선의 도래를 갈망했던 ‘정감록파(鄭鑑錄派)’의 근거지가 되는 산이었던 것이다. 연천봉 꼭대기에 새겨진 문제의 암각 글씨는 ‘方百馬角 口或禾生’이다. 방백마각 구혹화생. 이게 뭔 뜻인가? 메시지 내용은 전달하되 아마추어는 알아볼 수 없고 ‘선수’들만 의미를 알아차리도록 코팅 처리한 것이 풍수 도참이다. 그래야만 부작용이 작고 더 신비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방백마각 구혹화생은 그러한 코팅 처리의 전형이다.
내용인즉슨 조선왕조는 건국한 지 472년 만에 종말을 맞는다는 메시지다. 방백은 네모진(方) 백(百)이라는 뜻이다. 400이라는 숫자가 도출된다. 마(馬)는 자축인묘진사오미로 세어가면 오(午)에 해당한다. 오(午)가 말[馬]이다. 오(午)는 십이지 가운데서 일곱째에 해당한다. 각(角)은 뿔이다. 뿔은 대개 2개다. 마각(馬角)은 72다. 따라서 방백마각은 472년이 된다. ‘口或’을 결합하면 國(국) 자가 된다. ‘禾生’을 결합하면 옮길 ‘移(이)’ 자로 통용된다. 구혹화생을 해석하면 ‘나라를 옮긴다’가 된다. 조선이 472년 만에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생긴다는 의미다.
조선왕조가 세운 지 472년 만에 망한다는 저주가 묻어나는 묵시록은 엄청난 반란죄에 해당한다. 체제의 탄압을 받은 쪽에서 보면 혁명과 희망의 염원이 어려 있는 예언 아니겠는가! 조선왕조는 1392년에 창업해 1910년에 망했다. 518년이다. 안 맞지 않는가?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이 기록된 연도를 계산해 보면 472년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에서 철종까지의 기록이다. 1392년에서 철종대인 1863년까지만 기록되어 있다. 왕조실록 계산으로 따지면 471년이고 1392년 당해 연도 기록까지 포함하면 472년이 성립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정씨 왕조의 등장을 막아보려고 민비 쪽에서도 연천봉에다가 역(逆)공작을 시도하였다. 정씨를 누른다는 압정사(壓鄭寺)를 세웠지만 왕조는 결국 종말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