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있는 증시, 공포에 베팅한 누군가는 웃는다
떨고있는 증시, 공포에 베팅한 누군가는 웃는다
우크라 전쟁 위기에… 공포지수 연계 상품들 20%대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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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거꾸로 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품이 있다. 공포 지수와 연계된 상품이나 금, 유가 등이 대표적이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14일(현지 시각) 장중 32를 넘어섰다. 이 지수는 미국의 돈줄 조이기 신호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지난달 24일 장중 38.9까지 올랐다가 20대로 낮아진 뒤 다시 급등세다.
전쟁이 발발해 서방국가들의 통관 제재 조치가 시행되면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발(發) 공급 차질 충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 불안해진 투자 심리에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값도 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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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지수 연계 상품 20% 넘는 수익률
공포 지수는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64.5% 올랐다. 이 지수는 증시 급락 공포가 커지면 가격이 오른다. 이 기간 미국 나스닥이 12%, 코스피가 9.2% 떨어진 것과 정반대다.
이에 따라 공포 지수에 수익률이 연계된 상장지수증권(ETN) 성적이 좋았다. 증시 공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벨라루스와 연합 군사훈련을 시작한 10일부터 본격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15일 동안 ETN 268개와 상장지수펀드(ETF) 540개 가운데 수익률 1~3위가 공포 지수 연계 ETN이었다. ‘신한S&P500 VIX S/T 선물ETN C’(20.3%)와 ‘삼성S&P500 VIX S/T 선물ETN(H) C’(20.2%)의 수익률이 20%를 웃돌았다.
연초 후 원유 값이 27% 가까이 오르면서 원유 값과 연동된 ETN도 공포 지수 ETN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신한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QV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이상 10.9%), ‘삼성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10.7%) 등이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 방송 CNBC는 현재 배럴 당 90달러 선인 유가가 전쟁이 일어난다면 확실히 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 연계 상품 수익률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안전 자산 금값도 상승
국제 금 선물(先物) 가격은 1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연초 이후 2.2% 오른 트로이온스(31.1g)당 1868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8일 이후로는 5% 가까이 상승해 최근 투자가 더 몰리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한 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 전화 담판이 소득 없이 끝나자 14일 한국거래소 금(99.99K 기준) 가격은 1g당 7만1390원에 마감해 2020년 10월 6일(7만1560원) 이후 약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에 투자하고 싶다면 직접 골드바 현물을 사거나 증권사를 통해 한국거래소 시장 가격대로 주식처럼 매매하면 된다. 현재 KRX 금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삼성·키움 등 총 10사다.
금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이 커지고 경기가 둔화할 때 값이 오르는 대표 안전 자산이다. 다만 현 시점에 금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과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금에 대한 투자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와 물가의 고점이 상반기 내에 발생하고 하반기에는 안정화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4월 증시 바닥 형성할 때 매수 고려할 만
전문가들은 오는 2분기쯤 증시가 바닥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상반기에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지나면서 증시도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4월 증시가 한 차례 더 떨어지며 바닥을 칠 때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증시가 회복할 것이라는 근거에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있다. 미국 투자사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은 “1925~2019년 역사를 분석했을 때 미국 대통령 집권 2년 차 중간선거가 열리는 4분기에 증시가 83% 확률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3년 차에는 증시가 역사적으로 더 올랐기 때문에 올해 4분기 이전에 투자할 타이밍을 잡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VIX
미국 월가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증시 변동성 지수. 증시가 하락할 때 이 지수는 반대로 상승한다. 보통 20 이하일 때 투자자들 심리가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