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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주산업,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이다

황태자의 사색 2022. 2.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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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주산업,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이다

  • 입력 : 2022.02.21 0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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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 발사체의 부분적 성공과 한미 미사일협정 종료에 따라 우주산업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야 대선주자들이 '(항공)우주청' 신설 등 거버넌스 개선과 더불어 신설 부처의 지역 이전을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서부 경남과 대전 지역 간 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다.

1992년 '우리별 1호' 개발로 시작된 우주산업은 1999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항우연) 주관으로 개발한 약 500㎏급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로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에 들어갔다. 이 결과 현재 저궤도용 100㎏급 소형에서부터 정지궤도용 3.5t급 대형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총 17기 인공위성(상용 제외)의 독자 개발·운영 역량을 보유하게 되었다. 누리호 발사체 개발로 독자적 저궤도 위성 발사 능력과 더불어 나로 발사장도 갖추었다. 선진국 대비 일천한 경험임에도 항우연을 중심으로 선진국 근접 수준의 위성·발사체·발사장의 3종 세트를 구비하는 등 압축성장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2021년 정부의 민간 우주 개발 관련 예산은 6150억원으로 세계 10위권이며, 정부 연구개발(R&D)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3% 수준으로 정부 재정 규모에 비해 적지 않다. 최근 늘어난 국방우주 분야의 R&D를 포함하면 정부의 우주 관련 지출액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산업 측면에서의 객관적 지표는 대단히 초라하다. 2020년 위성·발사체·지상장비 관련 기업 매출액은 7748억원 수준이며, 종업원 수는 3400명이다. 이에 비해 참여 기업은 182개로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42억6000만원, 업체당 종업원 수 18.7명, 1인당 매출액은 2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매출 규모 측면에서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며, 기업 규모의 영세성과 더불어 부가가치도 매우 낮아 미래 첨단산업으로서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1000억원 이상의 매출 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유일하며, 대부분은 50억원 미만의 영세 기업이다. 30년 동안 정부 주도로 개발된 인공위성은 수출 실적이 전무하여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향후 2040년까지 군수를 포함해 최소 200기 이상의 정부 인공위성 수요와 더불어 대형 정지궤도용 발사체의 독자 개발, 국방부의 우주 전력화 계획 등으로 수십조 원의 정부 재정 투입이 예상된다.

대규모 우주 수요를 산업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기술 개발 중심에서 제품 생산·시장 중심으로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사업은 현재의 R&D형에서 입찰 조달형 구매 방식으로 전환, 밸류체인 통합에 따른 기업 중심의 경쟁력 제고와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둘째, 항우연은 기업 기피 고기술·고위험 R&D사업과 감리·평가 중심으로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보다 긴밀한 민군 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더불어 수출산업화를 통한 글로벌화 촉진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려야 한다. 중동·아시아·중남미 등 중후진국들을 대상으로 정부 간 거래, 방산 수출 절충교역 연계,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수출산업화와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향후 5년간 정부는 KAI, 한화 등 매출 1조원 우주기업 탄생과 더불어 최소 20기 이상의 인공위성 수출 목표 설정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안영수 한국항공전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