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기술 대전환 시대, 맞을 준비 됐나[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황태자의 사색
2022. 2. 21. 15:45
728x90
기술 대전환 시대, 맞을 준비 됐나[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입력 2022-02-21 03:00업데이트 2022-02-21 03:03

그동안 과학은 많은 사회적 고민을 훌륭히 풀어왔다. 옛날에는 제때 씨를 뿌리고 수확하며 홍수와 가뭄을 예측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를 위해 과학은 하늘을 관찰하고 별의 움직임을 이해했다. 지역마다 계절의 변화가 조금씩 다르다. 나라마다 정확한 달력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과학 경쟁력이었다.
나아가 배고픔을 조금 더 해결하기 위해 품종을 개량하고 비료를 개발했다. 이 즈음부터 매해 거둬들이는 수확량이 급증하고, 소비하는 것보다 많은 곡식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쌓이는 식량 덕에 부를 축적하고, 세계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산업혁명도 과학기술에서 나왔다. 경제발전은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인류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문화를 즐기고 삶의 여유를 갖게 된다. 발달한 교통수단 덕분에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우주여행도 가능하다. 멀리 있는 친구와 화상전화를 하고, 화려한 공상영화도 만든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의 과학적 지식이 깊어졌다. 그와 함께 과학과 대중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방역 조치는 시민, 특히 소상공인의 경제적 삶을 위협하고 있다. 어려워진 삶을 국가와 사회가 나서 보호하는 안전망이 함께 따라야 한다.
과학적으로 옳은 일이라도 사회가 받아들이려면 과학 이외에도 생각해야 할 게 많다. 시장 역시 그렇다. 기술이 뛰어난 제품이 무조건 성공하지 않는다. 아무리 첨단기술이 집결된 제품이라도 턱없이 비싼 물건에 지갑을 열 소비자는 없다. 사회가 수용하지 못할 만큼 너무 앞선 기술이 자리 잡기는 어렵다.


한편 사회가 뒤늦게 바뀌어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가 보급되기 전에는 주로 마차를 타고 다녔다. 자동차가 등장하며 일자리를 잃게 된 영국 마부들의 사회적 저항은 1865년 우스운 법을 만들었다.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자동차 앞에서 걸어가며 차가 온다는 것을 알린다. 자동차는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느리게 달린다. 안전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한동안 자동차의 보급을 막았다. 결국 자동차로의 대전환의 물결을 가로막지 못하고 희한한 제도는 곧 사라진다. 하지만 그사이 뒤처진 건 영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이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건 어렵다. 하물며 사회 체계가 바뀌고 많은 비용이 든다면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규제를 없애거나 인프라를 고치는 것보다 아예 도시를 새로 만드는 게 쉽다. 과거를 버리지 못한 탓에 잘나가는 기업이 한순간에 망하고, 국가의 운명도 흔들리곤 한다.
우리는 또 다른 대변혁, 대전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학의 역할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얼마 전 과학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는 젊은 과학자와 언론인이 모여서 과학이 사회, 특히 선거에서 외면 받는 현실을 고민하였다. 불필요한 다툼이 지배하고 과학이 사라진 세상. 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도 영국의 붉은 깃발을 드는 우를 범할지 모른다. 과학기술이 계속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