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옆에서 ‘도움의 손길’… 지금은 코봇시대
인간 옆에서 ‘도움의 손길’… 지금은 코봇시대
[WEEKLY BIZ] 로봇보다 작지만 강한 협동로봇
시장규모 1년만에 33% 급성장
서울 성수동의 카페 ‘봇봇봇’에서는 외팔 모양의 로봇 바리스타가 원두에 맞는 물 온도와 양을 조절하며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커피에 시럽을 떨어뜨려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아트도 로봇의 업무 중 하나다. 카페에 로봇만 있는 것은 아니다. 10명 넘는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커피 원두를 추천해주고, 베이커리 메뉴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초정밀 강구(鋼球) 생산업체 ‘박원’의 충북 제천 공장에서도 로봇 팔이 직원들 옆에서 분주히 움직인다. 강구 생산 특성상 무게 측정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단순 반복적이고 큰 힘이 필요한 업무가 많은데, 2020년부터는 사람 대신 로봇이 공정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다.
한 작업 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collaborative robot·코봇)’이 최근 산업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업무 효율을 높이고,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2010년 전후로 등장한 코봇은 산업 현장에서 꾸준히 활용돼 왔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도입률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인력난을 겪는 사업장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4억7500만달러(약 5700억원)였던 세계 코봇 시장 규모는 작년 6억3000만달러(약 7560억원)로 1년 만에 33% 급증했다. 코봇 시장은 올해도 33% 성장해 1조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코봇’...산업용 로봇과 달라
코봇은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점에서 사람의 접근이 금지된 공간에서 움직이는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과 차이가 있다. 보통 산업용 로봇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수백~수천kg에 달하는 거대한 물건을 들어 옮기거나 초고온 및 초저온 상태에서 작업하는 등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코봇이 하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있지만, 단순 반복 작업이어서 효율이 떨어지거나 장시간 작업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산업용 로봇처럼 초인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코봇의 길이는 평균 1~2m에 불과하고, 움직임이나 형태는 사람의 팔과 비슷하다. 코봇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도 보통 20㎏ 미만이다. 또한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다. 화상 초음파 등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며 위험한 상황에서는 즉각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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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와 활용이 간편하다는 것도 코봇의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코봇을 설치하고, 간단한 작업을 설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시간 미만이다. 코봇의 팔을 원하는 대로 움직인 뒤 ‘정보 입력’ 버튼을 누르면 코봇이 그 동작을 순서대로 기억했다가 그대로 따라 하는 제품도 있다. 태블릿 PC 모양 기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가격은 기능과 크기에 따라 다양하지만 평균 2000만~3000만원대로 산업용 로봇에 비해 훨씬 저렴하며, 최근에는 1000만원 미만 저가형 제품도 중국산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최초로 코봇을 개발한 고려대 기계공학부 송재복 교수는 “중국 코봇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수년간 초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양산하면서 기술 수준도 꽤 올라온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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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분야도 무궁무진
코봇은 팔 끝에 달린 손(엔드 이펙터)을 바꿔 끼우면서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두 손가락 모양 집게로 부품이나 물건을 옮겨담는 일을 하다가 진공 흡입판으로 바꿔 달면 유리판을 들어올릴 수 있다. 요리⋅미용⋅실험⋅도색 등 다양한 기능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자동차 산업도 최근 코봇의 역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제조는 지난 수십년간 고도의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부품 및 나사 조립 등 작업의 일부는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해왔다. 이 영역을 코봇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코봇 업체인 덴마크 유니버설로봇(UR)의 제이컵 봄 매드슨 소프트웨어 관리자는 “코봇은 설치 면적이 작아서 기존 자동차 생산 라인에 쉽게 추가해 다양한 세부 작업을 사람 옆에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작년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5′를 만들 때 배터리팩 조립 등을 코봇에 맡겼고, 독일 폴크스바겐도 전기차를 생산하는 츠비카우 공장의 차체 조립 라인에 코봇 1700대를 투입했다.
‘사람+로봇’ 조합이 완전 자동화보다 오히려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MIT 연구진은 자동차 업체 BMW 생산 라인에 외팔 코봇을 도입한 결과, 사람이나 로봇이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생산성이 85%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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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봇 시장에 뛰어드는 로봇 기업들
코봇 분야 1위 업체는 2009년 코봇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으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 전 세계 1100여 기업이 유니버설로봇의 제품을 쓴다. 이 회사 작년 매출은 3억1100만달러(약 3725억원)에 달했다. 팬데믹 이후 코봇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코봇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산업용 로봇의 선두주자인 스위스 ABB, 일본 화낙, 독일 쿠카 등도 5~6년 전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독일의 프랑카 에미카, 영국의 오토마타, 중국의 두봇 등은 5000~1만달러쯤 되는 저가형 코봇을 출시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두산⋅한화 등이 가장 먼저 코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2년간 8개의 코봇 모델을 개발했고, 한화정밀기계는 2017년 첫 제품(HCR-5)을 출시했다. 2019년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한 현대중공업그룹은 KT와 함께 AI 음성인식, 지능형 영상 분석 기술을 결합한 코봇을 출시했다. 하지만 모두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기술 면에서 유럽·일본의 유수 기업들에 뒤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비의 신뢰도나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폴리텍대 로봇전자과 공재성 교수는 “유니버설로봇의 경우 10년 넘게 수만대의 코봇을 현장에 적용하며 수많은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꾸준히 개선시켜 나갔다”며 “코봇 사용자 대상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사용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는 점도 글로벌 기업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