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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獨 교차로에 있는 듯한 프랑크 교향곡…지휘자 몽퇴의 해석이 일품
황태자의 사색
2022. 2. 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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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獨 교차로에 있는 듯한 프랑크 교향곡…지휘자 몽퇴의 해석이 일품
입력 2022.02.24 16:49 수정 2022.02.25 02:26 지면 A23
류태형의 명반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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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오르가니스트였던 그는 대기만성의 작곡가였다. 유일한 교향곡 작품인 교향곡 D단조는 64세에 완성했다. 1887년 1월 파리음악원에서 초연했을 때엔 오늘날 같은 뜨거운 반응은 없었다. 지금은 프랑크 특유의 고전적 취향이 잘 드러난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프랑크 작품들 중에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도 그렇지만, 이 교향곡은 ‘순환형식’으로 유명하다. 하나 또는 두 개의 순환주제를 변형하거나 있는 그대로 사용해 내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기법이다.
곡에서는 세 개의 순환주제가 사용된다. 시작하자마자 중저음의 현악 유니즌으로 제시되는 순환 동기와 여기서 파생된 동기들이 모든 악장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전 곡에 긴밀한 유기성과 강력한 통일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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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 D단조의 명반으로는 푸르트뱅글러/빈 필(데카), 카라얀/파리 오케스트라(EMI) 외에도 수없이 많은 명 녹음이 존재한다. 그중 SACD로도 발매된 피에르 몽퇴(1875~1964) 지휘의 시카고 심포니 녹음(Sony/RCA)을 골랐다. 파리 출신의 몽퇴는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 등을 초연한 명지휘자다. 프랑스적인 향기와 독일적인 조형미를 음악에서 끄집어내는 몽퇴는 프랑크의 작품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1961년 녹음 당시 시카고 심포니는 프리츠 라이너의 지휘 아래 잘 벼려진 칼처럼 광채를 빛내던 악단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작품 해석에 강한 몽퇴의 지휘봉이 적재적소에 두텁고 입체적인 앙상블을 만들어놓고 있다. 금관이 뛰어난 시카고 심포니의 중후하게 빛나는 사운드는 일품이다. 프랑크 교향곡은 피에르 몽퇴에게 세 번째 녹음으로 원숙미를 보여준다. 당시 음반사인 RCA의 리빙스테레오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녹음이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