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봄도 왔는데…차 타고 떠나는 독일 [핫플레이스]
황태자의 사색
2022. 2. 26. 15:44
728x90
봄도 왔는데…차 타고 떠나는 독일 [핫플레이스]
경상남도 남해 `독일마을`
한반도 남쪽의 바닷가 마을
1960년대 파독 광부·간호사
귀국하며 정착, 44가구 입주
獨 전통가옥양식으로 짓고
건축자재 일부는 직수입도
갱도 재현한 파독전시관엔
석탄 캐는 소리까지 담아내
당시 파독민들의 애환 표현
소시지·맥주 먹거리는 물론
가죽 공방·양조장 투어 등
독일문화 즐길 이벤트 다양
- 최승균 기자
- 입력 : 2022.02.25 16:59:48 수정 : 2022.02.25 22:49:57
-


경계가 없다. 바다와 하늘이 온통 푸른색이라 구분이 모호하다.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은 구름 같고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은 파도 같다.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뾰족한 주황색 지붕, 하얀색 벽의 독일 전통주택들은 독일 화가 아우구스트 마케의 풍경화 속 마을을 닮았다. 바다와 하늘, 육지의 이국적인 풍광은 여행객에게 지중해의 어느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바로 경남 남해군 삼동면에 있는 독일마을. 남해 독일마을은 1960년대 우리나라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간 파독(派獨) 광부·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해 정착한 곳이다. 2014년 12월 개봉해 140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한 영화 '국제시장'의 실제 주인공들이 살고 있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1997년 독일의 북부 도시 노르트프리슬란트와 자매결연을 하면서 시작됐다. 군은 네 차례에 걸쳐 독일 현지에 있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 동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들이 은퇴 후 한국에 정착해 고국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삶의 터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남해에 이들의 독일 문화와 연계한 특색 있는 테마관광지를 만들기 위한 목적도 맞아떨어졌다.
이후 2003년 삼동면 물건리 일대 9만80㎡(약 2만7249평)에 170억여 원을 들여 마을을 조성했다. 남해군이 터 조성과 도로, 상하수도, 오수처리장, 전기·통신시설 등 기반시설 설치를 맡았다. 입주자인 독일 동포들은 직접 건축을 했다.
다만 주택 외형은 독일의 전통 가옥 양식으로 하도록 했다. '독일 테마마을'이라는 일관성을 갖기 위해서다. 일부 동포는 독일에서 건축 자재를 직수입해 집을 지었다. 이렇게 탄생한 독일마을은 현재 44가구가 입주했다. 대부분 마을 사람은 부업으로 민박을 운영한다. 파란 눈의 독일인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독일마을 위쪽에 위치한 유럽의 고성처럼 생긴 마을 입구. '독일마을' 문구와 설명이 새겨진 안내석을 지나 개선문으로 들어서면 넓은 '독일광장'이 펼쳐진다. 정면에는 '파독전시관'이 자리하고 있고, 우측에는 '파독 광부·간호사 추모공원'이 있다.


주 전시장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에서 썼던 물건들이 잘 진열돼 있다. 당시 상황을 나타내주는 영상도 볼 수 있다. 전시관 밖으로 나오는 통로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회한이 담긴 글귀가 눈에 띈다. "지하 1000m 아래서 배웠다. 끝나지 않는 어둠은 없다는 것을" "향수병에 걸려 눈물로 밤을 지새운 세월 어느새 환자는 내 부모처럼 느껴졌고, 이젠 그 인내의 시간이 열매가 됐다". 파독전시관은 그들의 '디아스포라'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추모관 우측에는 '파독 광부·간호사 추모공원'이 아담하게 만들어져 있다. 독일마을에서 살다가 고인이 된 파독 1세대 마을주민들이 묻히는 곳이다. 현재 10여 기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광장을 지나 좌측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아름다운 남해안과 독일 전통 주택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고 차가운 공기와 고즈넉한 풍경은 유럽의 시골 마을에 온 것처럼 편안함으로 다가올 정도다.
독일마을에는 먹거리,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광장에서 나와 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비슷한 독일 양식으로 지어진 상가가 줄지어 있다. 소시지를 비롯해 생맥주, 석탄 아이스크림, 수제버거, 전통피자 등 다양한 독일 음식들이 미각을 자극한다.
체험공간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를린성'에선 독일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도이처파크'에서는 토끼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바람레더'에서는 구두 등 독일 장인들의 가죽 공예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완벽한 인생'에서는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양조장 투어도 할 수 있다. 독일마을 곳곳에 있는 기념품점에서는 독일 생필품, 독일 차, 소품, 호두까기인형 등 독일 문화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올해 독일마을에서는 봄·가을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3월에는 전국 버스 킹(KING) 자랑대회가 개최된다. 4월과 9월에는 독일마을 문화음악회, 10월에는 남해의 대표축제인 독일마을 맥주축제를 선보인다.
독일마을에서 만난 김동균 남해문화관광해설사는 "거리 두기 제한이 완화되고, 추모전시관이 개관하면서 평일에도 마을 입구 앞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방문객이 늘고 있다"며 "올해 '남해 방문의 해'를 맞아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어 유럽을 즐길 수 있는 남해안의 대표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가 올 정도로 갑갑함을 느끼는가. 이국적인 유럽으로 가고 싶은가. 멀리 있지 않다. 남해로 가면 된다. 세계 명작 소설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유럽을 즐길 수 있다. 1960년대 가난했던 아픈 역사를 배우는 건 덤이다.
베르사유 궁전·풍차이야기, 전세계 가든 다 모였네
세계 테마정원 '원예예술촌'

원예예술촌은 2009년 5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 20여 명의 원예인이 모여 특색 있는 정원을 가꾸고 사는 마을이다. 약 16만5300㎡(5만여 평) 대지에 21개의 개성적인 집과 세계 각국의 다양한 테마정원이 들어서 있다.


박씨는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또 배우 맹호림 씨도 통나무 주택 핀란디아에 살고 있다.
[남해 = 최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