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때 자신감 주는 나만의 스타일, 그게 유니폼이다
입을 때 자신감 주는 나만의 스타일, 그게 유니폼이다
입력 2022.03.05 00:21
‘애슬레저 룩’ 선구자 닐 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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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를 기반으로 활약중인 패션 디자이너 닐 바렛.
남자의 옷은 크게 수트와 스포츠웨어로 나눌 수 있다. 일할 때 적합한 옷이거나, 운동할 때 좋은 옷이거나.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패션 업계에는 ‘원마일웨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일상복과 운동복, 심지어 홈웨어까지 경계가 없는 옷차림을 말하는데, 그 뿌리는 ‘애슬레저 룩’에서 찾을 수 있다. 애슬레틱(athletic·운동)과 레저(leisure·여가)의 합성어인 애슬레저는 운동하기에 적합하면서 일상복으로 입기에도 편안한 옷차림을 말한다. 그런데 이게 말로는 쉽지, 실제 옷으로 구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움직임이 편한 추리닝을 비즈니스 미팅에서 입는다? 어깨 패드가 단단한 테일러링 수트를 입고 운동을 한다?
둘 다 멋진 그림으로 다가오진 않는데, 스포츠와 테일러링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접목해 30년간 새롭고 흥미로운 현대 스타일의 남성복을 만들어온 디자이너가 있다. 영국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닐 바렛이다. 1999년 론칭한 브랜드 ‘닐바렛’의 수장이자 애슬레저 룩의 선구자,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할리우드의 멋쟁이 브래드 피트,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이 매니어를 자청하는 닐바렛은 ‘옷 좀 입는다’는 패션 피플 사이에서도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로 통한다. 화려한 로고나 독특한 문양이 없어도 ‘완벽한 스타일’ ‘기본에 충실한 옷’이라는 소리를 절로 듣게 하는 패션 DNA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닐 바렛만의 패션 DNA는 조부와 증조부가 군복 재단사 출신이라는 가업, 런던의 유명 학교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과 영국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프라다·구찌 등 명품 브랜드에서 쌓은 커리어를 통해 확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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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FW 컬렉션. 기본에 충실한 테일러링과 핏, 스포츠웨어의 편리한 기능성을 조합한 ‘애슬레저 룩’이 특징이다. [사진 닐바렛]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이 한창이던 지난 1월 17일 닐 바렛의 2022 FW 남성복 패션쇼가 열렸다. 브랜드 처음으로 진행한 온라인 쇼였는데, 온통 핑크색으로 칠해진 방에 차례로 등장한 남자모델들은 무빙워크를 걸으며 다가올 새로운 가을·겨울 의상들을 수십 벌 선보였다. 6개월간 준비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고 잠시 휴식 중인 디자이너 닐 바렛에게 ‘현대 남성들을 위한 진짜 옷’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닐 바렛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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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FW 컬렉션. 기본에 충실한 테일러링과 핏, 스포츠웨어의 편리한 기능성을 조합한 ‘애슬레저 룩’이 특징이다. [사진 닐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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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FW 컬렉션. 기본에 충실한 테일러링과 핏, 스포츠웨어의 편리한 기능성을 조합한 ‘애슬레저 룩’이 특징이다. [사진 닐바렛]
군더더기 없는 테일러링,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밀리터리 스타일, 러닝화를 연상케 하는 스니커즈, 고급스러운 보머 재킷, 활동성이 좋은 반바지와 스웨트 셔츠. 깔끔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닐 바렛 패션의 주요 키워드들이다. 닐 바렛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한 이래 줄곧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 철학을 발전시켜왔다. 이는 구찌·프라다를 거치면서도 일관되게 지켜온 그만의 패션 철학이다. 그는 구찌에서 프라다로 이적해 처음 선보인 남성복 컬렉션에서 기존 남성복 시장에 없던 ‘미니멀리즘’을 제시했다(미니멀리즘의 대가로 불리는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의 데뷔는 이 컬렉션 다음이었다). 또한 그 유명한 프라다 나일론 소재를 이용한 남성복을 처음 소개했고, 수트에 테크노 스트레치 원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테일러링에 스포츠웨어 요소를 추가한 닐 바렛의 하이브리드 수트 개발은 ‘프라다 스포츠’라 불리는 리네아 로사 라인 론칭으로 이어졌고, ‘럭셔리 애슬레저 룩’ 탄생의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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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FW 컬렉션. 기본에 충실한 테일러링과 핏, 스포츠웨어의 편리한 기능성을 조합한 ‘애슬레저 룩’이 특징이다. [사진 닐바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