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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돌연변이…알츠하이머·암세포 치료엔 '복덩이'

황태자의 사색 2022. 3. 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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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돌연변이…알츠하이머·암세포 치료엔 '복덩이'

자연상태서 생기는 변이
세포막·핵을 갖고있는 세균보다
바이러스는 구조 단순해 변이 쉬워
델타·오미크론처럼 전염력 강해져

난치병 치료에 쓰이는 변이
서울대병원 `CAR-T세포` 활용
소아·청소년 백혈병 치료 본격화

고려대-부산대 연구팀 손잡고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 연구

  • 정희영 기자
  • 입력 : 2022.03.11 16:51:02   수정 : 2022.03.11 22: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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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20만명이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역시 증가세다. 이달 중순에는 '병상 대란'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며 나타난 상황이다. 델타 변이에 비해 치명률은 떨어지지만 훨씬 사람을 잘 감염시키는 변이다. 백신을 맞아도 속수무책으로 뚫린다.

이처럼 인간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변이는 고통스러운 팬데믹(대유행) 상황을 더욱 길어지게 만드는 골칫덩이가 됐다. 변이가 무엇이기에 전 인류가 2년이 넘는 기간 코로나 바이러스에 시달려야 하는 걸까.

"돌연변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유전자가 바뀌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자식을 낳는 것도 부모와 다른 제3의 아이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일종의 돌연변이로 볼 수도 있다."

류충민 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돌연변이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몸 안에 들어와서 증식을 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세대가 바뀌는 것처럼 어떤 이유로든 변이가 일어난다"며 "원인은 물질이 될 수도 있고, 환경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뿐 아니라 세균에서도 변이가 일어난다. 그러나 항생제가 개발되며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의 전파는 획기적으로 줄었다. 류 센터장은 "세균성 질병이 줄어든 틈을 타 바이러스가 치고 나온 모양새"라며 "항생제에 저항하는 슈퍼 박테리아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변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특히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변이가 쉽게 이뤄진다. 병을 일으키는 또 다른 요인인 세균의 경우, 세포막과 핵 등으로 구성됐고 독립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자생력이 없는 바이러스는 기생과 증식을 위해서는 숙주가 필요하다.

최종류 제이앤씨사이언스 대표는 "바이러스는 구조가 단순한 하등 존재다. 복제 속도가 빨라서 돌연변이가 수없이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본래의 바이러스에서 알파와 베타, 델타, 감마 등 변이가 생겼고 생존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지배종이 됐다"며 "앞으로 오미크론 변이보다 더욱 생존력이 강한 변이가 생겨나면 그것이 지배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자연상태에서의 돌연변이는 인간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재앙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변이는 나쁜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변이를 만들어 암과 알츠하이머병, 유전병 등 난치성 질환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제된 변이에 기대를 거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는 셈이다.

면역항암치료제의 일종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세포)를 이용한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T세포는 우리 몸 안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죽이는 면역세포 중 하나다.

CAR-T세포는 T세포에 인위적으로 변이를 줘 암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특정 항원을 인지하도록 했다. 암세포를 찾아서 제거할 수 있도록 변이를 준 것이다. 키메릭 항원 수용체 유전자를 '벡터'에 실으면 벡터가 T세포 안에 들어가 CAR-T세포가 만들어지고 벡터는 사라진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해야 한다. 이 T세포에 CAR가 발현하도록 한 뒤, 이를 증폭해 배양하고 다시 환자에게 투여한다. 주사를 통해 몸속에 들어간 CAR-T세포는 약 1년 이상 효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와 길리어드 등 세계적인 제약사는 CAR-T세포를 이용한 혈액암 치료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이 CAR-T세포치료제 치료를 본격화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소아·청소년 백혈병 환자로부터 채혈을 마친 뒤 CAR-T세포치료제 생산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환자 1명을 상대로 투약까지 마쳤다. 환자 5명에 대한 투약까지 현재 승인을 받은 상태다.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CAR-T 치료가 개발된 것은 1989년이다. 오래된 기술이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2017년"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대병원 내에서 CAR-T세포치료제 임상·생산 시설을 갖췄다. 이에 3주 이상 걸리던 투약까지의 기간을 2주 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CAR-T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항체치료가 적용되는 분야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는 암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만 승인을 받았으나, 향후 연구를 통해 감염병과 면역질환 치료 등에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T세포를 활용해 암이 아닌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심장 조직에 손상이나 염증이 생기면 섬유모세포가 섬유성 물질을 과도하게 생성하는데, 이는 심부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너선 A 엡스타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석좌교수팀은 T세포에 변이를 줘 섬유모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최근에는 변이를 이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독성을 완화하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김준곤 고려대 교수와 최준모 부산대 교수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 과정에서 초기 상호작용의 핵심이 되는 단백질 영역을 규명하고, 상호작용을 저해할 수 있는 변이체를 설계했다. 표적이 되는 아미노산을 가장 반응성이 떨어지는 아스파라긴으로 전환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 쓰인 것과 같은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은 의학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뿐 아니라 효소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바이오기술 분야에서는 지배적인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 캐스9은 인위적으로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변이는 눈을 감고 총을 쏘는 것과 유사하다. 어디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전자가위를 활용하면 유전자 내에서 표적이 되는 부분만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2020년 노벨 화학상이 크리스퍼 캐스9을 발견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툴젠이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두고 UC버클리·브로드연구소와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다. 툴젠은 유전자가위의 교정 대상을 진핵 세포로 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유전자가위 연구자인 배상수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아직 유전자기술이 대중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분명한 것은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는 점"이라며 "여러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전했다.

향후 유전자가위 기술이 대중화돼 실제 의료 현장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 교수는 "정확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해야 한다. DNA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유전자가위를 사용했다가 암세포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전자가위는 도구일 뿐이다. 이를 세포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결국 부작용과 효율성, 두 문제를 해결해야 유전자가위가 대중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