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 못 자면 어린이 성장 부진 어른은 뇌졸중·고혈압·심장병 위험 한국인 수면량 적고 시간도 불규칙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 삼가야
조용원 대한수면연구학회장은 “숙면이 건강한 삶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김지아 객원기자
매년 3월 셋째 주 금요일은 세계수면학회가 지정한 '세계 수면의 날'이다.
올해는 3월 18일로, 슬로건은 '편안한 잠으로 만드는 건강한 마음과 행복한 세상'이다.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대한수면연구학회 조용원 회장(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을 만나 '편안한 잠'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애 대해 얘기 나눠봤다.
―수면이 왜 중요한가?
"수면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잠을 잘 못 자면 어린이의 경우 성장이 더뎌지고, 어른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올라간다.
뇌졸중,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이 잘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정서장애 위험까지 더해진다.
수면장애가 있으면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학업 성적 저하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치매나 뇌질환 유병률도
올라간다.
현대사회는 '웰빙'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좋은 것을 먹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에 관심이 크다.
그에 반해 숙면에 대한 관심은 덜하다. 숙면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좋은 음식이나 운동도 그 효력을 잃는다.
수면은 혈압이나 체온처럼 생체 징후의 기능도 한다.
수면에 변화가 생기면 신체 건강에도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잠을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졸음 운전과 같은 교통사고나 산업재해의 원인이 되는 등 수면은 사회적인 문제로도 귀결된다."
―수면에 대해 흔히들 하는 오해가 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면에 대해 인색한 편이다.
'언제 어디서나 잠들 수 있다는 건 건강하다는 뜻' '성인은 다섯 시간만 자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 없다'
'충분히 잘 수만 있다면, 언제 잠들든 상관 없다' '잠이 안 오더라도 누워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곳에서 잠들어야 하고, 권장 수면 시간인 8시간은 자야 신체
기능이 원활하며, 잠이 안 오면 어두운 거실 등에서 잠시 쉬는 게 좋다. 그 후 잠이 오면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현대사회의 수면, 가장 큰 문제는?
"현대사회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국민은 수면의 양 즉, '수면 시간'이 적은 편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에서 올해 1월 전국의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평균 수면 시간이 주중 6시간 37분,
주말 7시간 37분이었다.
이는 세계수면학회에서 권장하는 수면 시간인 8~9시간에 비해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수면의 질, '주기'도 좋지 않다. 규칙적인 시간에 자야 하는데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문제는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 밝은 것이 숙면을 방해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네온사인 전광판 조명이 너무 밝아서 밤이 낮처럼 느껴질 정도다. 집안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경우 가정에서는 간접 조명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LED 조명이 많고, 늦게까지 불을 켜놓고,
TV·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밤이 돼도 잠을 잘 준비가 안 된다.
주요 주거 형태가 아파트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 층간 소음에 대한 이슈가 많은데, 이 역시 야간 수면장애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자기기로 인한 수면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3명 중 2명 꼴로 잠들기 전 30분 이상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
학생들의 경우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주로 하는데, 그러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학업 성적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액정에서 나오는 블루 웨이브가 수면을 방해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잠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습관 때문이다. 건강해지려고 영양제를 먹고,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듯이 건강을 위해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은 참아야 한다.
힘들겠지만 몇 번 참다 보면 스마트폰 없이도 잠들기 수월해질 것이다."
잠을 잘 못 자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수면장애를 보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김지아 객원기자
―코로나19가 수면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
"'Coronasomnia'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 활동이 줄고, 실내에서만 생활하면서 햇볕을 쬘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사회적으로 코로나 감염 위험이나 걱정으로 인해, 우울감이 증가하고 불안이 높아진 것도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직장이나 학교 수업도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생활습관이 불규칙해지기 쉽다."
―현대인이 잘 자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건?
"'규칙성'이다. 일정한 시각에 잠들고,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생체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돼 숙면에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규칙성의 연장선상에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엔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습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잠자리 환경도 신경을 쓰면 좋다.
조용하고 어둡고 통풍이 되는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온도는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맞춰야 숙면에 도움이
된다."
―수면 문제를 겪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것은?
"최근에는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시중에는 건강기능식품, 침대, 베개, 기기 등이 많은데 상당 수가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고 나온 것들이다.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가의 자문을 얻은 뒤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 학회에서도 수면 관련 제품이나 산업에도 관심을 갖고 국민들이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수면 관련 제품의 과학적 근거 및 기준을 제시하려고 노력 중이며, 과장된 광고 및 홍보를 막는 활동도 한다."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병원에 가야 하는 때는?
"생활에 영향을 받으면 고민 말고 병원에 가길 권한다. 잠을 못 자는 경우, 잠이 너무 많이 오는 경우, 자다가 이상 행동을 하는 경우, 낮 동안 무기력하고 피곤한 경우, 코를 너무 많이 고는 경우, 자려고 누웠을 때 다리 감각이 이상한 경우에도 수면 클리닉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모두가 치료 가능한 증상이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병원에 가면 내과, 외과 등 여러 진료과가 있고 내과 중에서도 심장, 소화기, 내분비 등 분과가 나뉘어 있다.
이처럼 수면장애도 여러 유형의 질환이 있고, 각 질환별로 전문화가 돼 있다.
만약 일반 진료에서 수면 문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면장애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