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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문화재 독립운동, 역사의 공백을 메우다
황태자의 사색
2022. 3. 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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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문화재 독립운동, 역사의 공백을 메우다
입력 2022.03.17 16:48 수정 2022.03.18 02:49 지면 A23
기업이 사랑한 미술관 호림박물관
임진왜란 때 빼앗긴 법화경
조선왕실이 쓰던 청화백자
국보·보물 등 1만여점 소장
임진왜란 때 빼앗긴 법화경
조선왕실이 쓰던 청화백자
국보·보물 등 1만여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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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寫經)을 팔겠다는 재일동포는 까다로웠다. 고려 우왕 때 만들어져 임진왜란 때 일본이 약탈해 간 물건이었다. 유물의 진가를 알고 소장할 만한 사람인지, 행여 고가에 일본에 되팔려는 장사꾼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1971년 당시 중견기업인이자 문화재 수집가였던 호림 윤장섭 성보실업 회장(1922~2016·사진)은 반드시 유물을 손에 넣고 싶었다. 웃돈을 치르고라도 물건을 가져올 심산이었다. 그런데 일본으로 날아가 만난 소장자 장갑순 선생은 흥정조차 하지 않고 물건을 건네줬다. ‘고국에 돌려보내라’는 부친 장석구 선생의 뜻에 따른다고 했다. 훗날 호림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이자 국보로도 지정된 ‘백지묵서묘법연화경’은 이렇게 고국으로 돌아왔다.
‘한국 3대 사립미술관’으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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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은 수집품을 사회에 공개하고 대중과 공유하는 데 힘썼다. 1981년 비영리법인 성보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이듬해 서울 대치동에 호림박물관을 열어 공공 전시를 시작했다. 1999년 신림동으로 본관을 이전하고 2009년 강남구 신사동에 분관을 세웠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호림박물관은 간송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과 더불어 국내 3대 사립미술관으로 손꼽힌다. 1만7000여 점에 이르는 소장품 중 국보가 8점, 보물이 54점에 달한다. 서울시지정문화재도 9건 있다. 백지묵서묘법연화경 외에 호림박물관이 서울 한복판 빌딩값을 치르고 가져왔다는 국보 ‘백자청화매죽문호’, 왕실에서 사용했던 최고급 대형 청화백자 ‘백자청화오족용문대호’ 등이 대표 소장품으로 꼽힌다.
개관 40주년 특별전 ‘기억’ 열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는 개관 4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기억’이 열리고 있다. 도자기와 토기, 철기와 회화 등 문화재 170여 점과 조덕현, 이주용, 임민욱 등 현대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전시다.3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 ‘마음이 우러나다’에서는 삶의 시작을 알리는 태항아리(아기의 태를 담는 항아리)와 태지석(태항아리의 주인공을 기록한 석판), 제기 등을 선보인다. 2부 ‘삶이 이어지다’에서는 삼국시대 갑옷 등 무덤 부장품을 만날 수 있다. 3부 ‘참이 드러나다’는 기억의 근거를 시각화한 조선시대의 초상화와 계회도(풍류를 즐기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문인들의 계 모임을 담은 그림)가 걸렸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