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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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일상의 행복은 별로 높지 않다. 갤럽은 ‘삶의 행복도’라는 조사에서 응답자가 현재 느끼는 행복 수준을 가장 행복한 상태를 10, 가장 불행한 상태를 0으로 물었다. 이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의 지난 3년간 평균값은 5.9점이었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다. 유엔 ‘2022 세계 행복보고서’는 갤럽 조사의 점수로 국가 순위를 매겼다. 전체 146개국 중 한국은 59위였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핀란드(7.8점)와는 격차가 상당하다. 전체 26위로 아시아에서 순위가 가장 높은 대만(6.5점)과도 차이가 크다. 삶의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평균적인 행복 체감도는 지난 10년 동안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유엔 ‘행복보고서’는 국가별로 행복을 조사한 다른 지표도 보고하고 있다. 응답자에게 “어제 하루 동안 웃을 일, 즐거운 일,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긍정적인 감정의 여부를 질문하고 ‘그렇다’라고 답하면 행복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한국 응답자 중에 이 질문에 ‘그렇다’로 답한 비율은 58%였다. 한국은 이 지표에서 다른 국가에 더 크게 뒤처졌다. 세계 순위가 117위였다.
모든 국민이 경제적 풍요 누리고
건강하며 자유로운 삶 살 수 있고
부패없이 서로 돕는 사회 만들어야
정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정부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우선 순위로 해야 할까? 행복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행복 점수를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한 많은 연구는 1인당 소득을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한다. 즉 경제적 풍요가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인인 것이다. 혹자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라고 말하지만, 소득과 행복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소득이 높은 사람은 행복 체감도가 대체로 높다. 소득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관련되며 소비, 여가 생활, 주거지, 결혼, 자녀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 소득을 지속하여 높일 수 있는 성장정책을 우선하면서, 물가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중산층의 부의 축적을 도와주며, 취약계층의 복지를 확대하여 국민을 더욱 행복하게 해야 한다.
행복은 경제적 요소 외에도 다양한 정신적·육체적, 사회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질병과 사고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인 ‘건강기대수명’이 높은 사람은 행복 체감도가 높다. 소득이 높아도 건강하지 못하거나 불의의 사고를 겪는다면 불행하다. 한국인은 평균 건강기대수명은 높지만, 집단주의 문화와 심한 경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고 우울증 환자도 많고 자살률이 높다. 100세 시대를 맞아 고령 인구가 늘면서 만성 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안전을 보살펴야 한다.
선택의 자유, 사회의 도움, 관대함, 부패의 정도가 국민의 행복 체감도를 결정하는 다른 중요한 요인들로 분석됐다. 이 요인들에서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다. 선택의 자유는 “당신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자유에 만족합니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의 비중으로 평가하며 한국은 세계 112위이다. 사회의 도움은 “당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친지나 친구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한 비율로 평가하며 세계 85위이다. 관대함은 “지난 한 달 동안 자선단체에 기부한 적이 있습니까?”에 대한 응답으로 평가하며 세계 54위이다. 부패는“정부와 기업의 부패가 심하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응답으로 측정한다.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세계 43위이다. 행복 1위 국가인 핀란드와 비교해서 한국은 선택의 자유, 사회의 도움, 부패 정도에서 많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요인의 차이가 양국 간 행복 체감도 격차의 절반 이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요인의 개선이 필요하다. 억압과 통제, 차별을 없애고 정부가 강제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여 누구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협력하고, 어려울 때 돕고 베푸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법 질서를 확립하고 공직자와 특권층의 권력 남용과 부패를 막아야 한다.
새 정부가 곧 출범한다. 국민이 꿈꾸는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 국민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며 재산을 모으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원한다. 내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기를 원한다. 부정부패가 없고 서로 돕고 베푸는 공동체를 꿈꾼다. 지난 몇 년간 정부와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앞으로 5년,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 등 모든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 대기업, 노동조합, 시민단체, 종교단체,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여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일상에 웃음, 즐거움, 흥미로움이 넘치고 행복을 누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