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슬러 “코인거래소 규제 준비하라” 제도권 편입 수순?
겐슬러 “코인거래소 규제 준비하라” 제도권 편입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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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겐슬러
미국 금융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해 감독에 나설 태세다. 규제 당국 수장은 암호화폐 시장에 증권 시장 수준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SEC 직원에게 암호화폐 거래소가 (주식이나 선물 등) 다른 거래소처럼 규제받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협력해 대처하는 방안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된 100개 이상의 토큰은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이 중 증권이 아닌 토큰이 있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며 “암호화폐 거래는 증권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사례를 들며 “오렌지 과수원부터 위스키 창고 영수증, 굴 번식장 등을 통한 자금 조달도 결국 유가증권으로 등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SEC가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 의사를 드러낸 건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해에만 암호화폐 플랫폼에서 도난당한 피해액이 140억 달러가 넘는다”며 “교통 법규가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있듯 암호화폐 시장 투자자도 법규를 통해 다른 시장에서처럼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단 점도 제도권 안에서의 관리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약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지난 2월 수퍼보울(미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광고에도 등장했다”며 “이 광고를 보고 세계금융위기가 벌어지기 전 서브프라임 대출 기관의 광고가 수퍼보울에서 나왔던 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여기에 암호화폐가 금융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최근 18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대해서도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로 교환할 때 실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금융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돼 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Tether)는 ‘1테더=1달러’로 교환 비율이 고정돼 있다.
앞서 SE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암호화폐 거래소에 “이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의 가치를 재무상태표에서 부채로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SEC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암호화폐에 투자한 거래소 이용자가 무담보로 거래소에 돈을 빌려준 것과 같은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