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해서 집 산 2030들, 한달에 80만원씩 17년 갚아야
‘영끌’해서 집 산 2030들, 한달에 80만원씩 17년 갚아야
신한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 급등 여파로 가구 소득에 비해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5일 공개한 ‘2022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평균 소득은 521만원으로 2018년(505만원)에 비해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가구당 평균 부채 잔액은 같은 기간 7249만원에서 1억164만원으로 40.2% 급증했다. 가구당 월 소득의 20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중도 2018년 57.2%에서 지난해 66.7%로 뛰었다. 신한은행은 보고서에서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가구의 부채 상환 어려움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작년 9~10월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 인구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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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집 산 20·30대, 월 80만원씩 17년간 갚아야
이번 보고서에서는 치솟는 집값에 불안해진 20·30 세대가 빚을 끌어다 주택을 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매수에 나선 흔적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우선 조사 직전 1년 이내 거주 주택을 구입한 사람의 41.1%가 20·30대로 나타났다. 이들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구입한 주택의 당시 가격은 평균 3억6446만원으로 1년 전 조사 때보다 3352만원 올랐다. 반면 이들의 부채액은 평균 1억6720만원으로, 1년 전 조사 때(1억1765만원)보다 4955만원 늘어났다. 보고서는 “20∼30대 구매 주택은 2020년보다 3352만원 올랐는데 대출액은 그보다 더 많이 올랐다”며 “청년층이 대출을 활용해 더 많은 구입 자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유 자금이 부족했던 만큼 대출에 의존하는 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집을 산 20·30대의 대출 이용률은 89.8%로 전체 평균(79.1%)를 크게 웃돌았다. 또 2030의 대출액은 평균 1억6720만원으로 전체 연령대 평균(1억4322만원)보다 높았다.
20·30대 영끌족은 매월 80만원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달 똑같이 갚는다면 17년 4개월 동안 갚아야 하는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20·30대가 영끌한 주택의 현재 가치는 평균 5억651만원으로 1년 만에 1억4205만원(39%)이나 올랐다. 영끌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성공한 것이다.
집값이 지나치게 급등하면서 무주택인 20·30대가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는 현상도 나타났다. 향후 2년 이내 주택 구입 의사가 있다는 20·30대는 10.8%에 불과했다. 이런 사정은 결혼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결혼한 20~44세 중 55%가 주택 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의 평균 결혼 비용은 1억6916만원으로 4년 전에 비해 3512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40%만 코로나 이전 소득 수준 회복
지난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93만원으로 전년 대비 3.1%(15만원) 늘었다. 2019년(486만원)보다는 7만원 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소득 증가는 중·고소득층에만 해당됐다. 월평균 소득(세후)이 700만원 인 5구간(소득 상위 20%)과 4구간(월 500만~700만)은 각각 소득이 5.9%, 4.7%씩 늘어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높아졌지만, 나머지 구간은 그렇지 못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되는 1구간은 1년 새 월 소득이 1.1% 줄었고 2구간은 1.6%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8년 4.83배였던 소득 5구간과 1구간의 격차는 지난해 5.23배까지 벌어졌다. 보고서는 “코로나로 인한 고용 상태 불안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