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전기차 만들자” GM·혼다, 코드 꽂았다
“반값 전기차 만들자” GM·혼다, 코드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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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GM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혼다가 ‘중저가 전기차’를 2027년부터 대량 생산하겠다며 손을 잡았다. 전기차 시장 ‘원톱’인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선 ‘반값 전기차’ 판매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GM과 혼다가 중저가 전기차를 공동 개발·생산한다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했다”며 “두 회사가 3만 달러(약 3650만원) 이하의 전기차를 2027년부터 연간 수백만 대 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GM과 혼다는 전 세계에 저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전기차를 제공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디자인·생산전략을 공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도 “기술 영역에서 협업을 강화해 전기차 판매 대수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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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량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완성차 업체는 각각 2025~ 2030년 전후로 전기차 생산을 비약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를 위해선 가격을 낮추는 게 관건이다. WSJ은 “미국에서 전기차 평균 가격은 6만 달러(약 7300만원)로, 내연기관 차량(4만5000달러)을 크게 웃돈다”며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미국·유럽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는 고가에, 소량만 팔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테슬라가 약 92만대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상하이차그룹 61만대, 폭스바겐그룹 43만대, 비야디(BYD) 33만대, 현대차그룹 24만대 순이었다.
테슬라는 설립 때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생산해왔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시스템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하지만 기존 완성차 업체는 이제 시동을 걸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계가 일제히 전기차 생산에 달려드니 배터리 값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완성차 업체끼리 손잡고 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익명을 원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이익을 남기려면 테슬라처럼 연간 100만대는 팔아야 한다”며 “중저가 전기차 양산은 만만치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조차도 2020년 “2023년까지 2만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품귀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난 등으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테슬라 차종 중 가장 저렴한 모델3은 4만4000~5만8000달러대다. 현대차·기아의 주요 전기차 판매 가격은 5000만~6000만원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GM·혼다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중국 상하이차·비야디(BYD)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대비하는 차원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471만대 중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이다. 특히 500만~700만원대인 전기차 홍광미니가 지난해 40만대 이상 팔렸을 정도로 보급형 전기차의 인기가 높다.
GM-혼다 제휴를 계기로 자동차 업계의 동맹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폭스바겐그룹과 포드가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 이하인 하위 업체 간 합종연횡도 점쳐진다.
이런 상황은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위기이자 도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아이오닉5, EV6 등이 현재 미국·유럽에서 GM, 폭스바겐 등을 제치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다만 저가형 차량은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만큼 경쟁 업체의 공세를 살피면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