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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마라도나 넘을까? ‘축알못’도 카타르월드컵 꼭 봐야 하는 이유

황태자의 사색 2022. 4. 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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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마라도나 넘을까? ‘축알못’도 카타르월드컵 꼭 봐야 하는 이유

[아무튼, 주말]
11월 카타르서 마지막 대결
호날두·메시… 최후 축신은?

입력 2022.04.09 03:00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직 마라도나를 넘지 못했다.”

축구를 모르더라도 펠레와 마라도나는 알고, 농구를 몰라도 마이클 조던을 알듯 현재 지구상에서 리오넬 메시(34)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두 사람은 ‘축신(축구의 신)’으로 불릴 정도의 압도적인 기량과 스타성으로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군림한 지 오래다. “21세기에 활약한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는 메시와 호날두”라는 명제를 부정할 전문가는 없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와 동료 선수 중에서도 “두 선수 모두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에 이르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라도나가 비록 ‘신의 손’을 빌렸음에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반면, 두 선수 모두 축구 선수 커리어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월드컵 우승은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는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이 30대 중·후반에 들어선 메시와 호날두에겐 역대 최고 반열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메시와 호날두의 라이벌전이 단 하나 남은 월드컵 트로피를 두고 다투는 운명적 결말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축알못(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카타르 월드컵을 지나치면 평생 후회할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축알못’도 혀 내두를 ‘메神’과 ‘킹갓두’

메시와 호날두는 얼마나 뛰어난 선수일까. ‘축알못’이라도 두 선수의 기록을 보면 ‘축구의 신’이라는 수식을 부정하기 어렵다. 월드컵을 제외하면 두 선수는 공격수로서 제각각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고, 축구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우승과 수상은 거의 다 이뤘다.

골 기록만으로도 압도적이다. 호날두는 2002년 9월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지난 3일 기준 총 1113경기에서 807골을 넣어 역대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했다. 2003년 11월 프로 무대에 데뷔한 메시는 지난 3일까지 965경기에 나서 761골을 넣었다. 총득점은 호날두가 앞서지만, 경기당 득점은 호날두가 0.73골, 메시는 0.79골로 메시가 우위다.

호날두와 메시가 등장하기 전 유럽 빅리그에서는 “경기당 0.3~0.4골이면 정상급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정상급 공격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골을 넣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호날두·메시처럼 한 시즌이나 2~3년간 경기당 1골 가까이 넣은 선수들이 꽤 있었지만, 두 선수처럼 10년 넘게 꾸준히 이런 기록을 유지한 선수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역대 축구 선수 중 프로 통산 득점과 어시스트를 합쳐 1000개가 넘는 선수도 메시와 호날두 두 사람뿐이다. 마라도나가 생전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메시와 호날두는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범접한 사람조차 없다. 그들이 이룬 성과의 절반도 해낸 선수가 없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축신’도 쉽지 않은 월드컵 우승

호날두와 메시 모두 월드컵 우승에 근접한 적이 있었다. 호날두는 기량이 만개하기 직전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했지만 프랑스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메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에 비견될 활약으로 결승까지 팀을 이끌었지만,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독일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축신’으로 불리는 그들이 월드컵에서 거듭 좌절해야 했던 건 11명이 뛰는 팀 스포츠라는 축구의 특성 때문이다. 팀 스포츠의 특성상 경기에 뛰는 선수의 수가 많아질수록 선수 한 명이 결과에 미칠 영향력은 줄어든다. 아무리 날고 기는 메시와 호날두라도 상대팀 다수가 높은 기량을 갖추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면 이를 홀로 이겨내는 건 절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호날두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4강까지 갔을 당시 포르투갈은 루이스 피구, 파울레타, 카르발류 같은 쟁쟁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지네딘 지단을 중심으로 강력한 미드필더와 수비를 갖춘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후 포르투갈은 세대교체 과정에서 호날두 외에는 세계 최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로 월드컵 16강 진출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메시 역시 팀 운이 좋진 않았다. 결승까지 갔던 2016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아르헨티나는 아구에로, 디 마리아, 이과인 등 세계적인 공격수를 보유한 반면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해 대회 내내 극심한 공수 불균형으로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그 와중에 메시가 맹활약하며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공수에 두루 자리 잡은 독일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마라도나가 여전히 메시·호날두보다 높게 평가되는 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월드컵 우승을 이뤄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메시 대 호날두, 운명의 결승전 이뤄질까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 편성 결과에 따라 메시와 호날두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직접 맞붙으려면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 모두 결승이나 준결승에 진출하는 시나리오밖에 없다. 축구 평론가들은 “만약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의 대결이 된다면 스포츠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결승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도 메시와 호날두의 우승 도전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 막강한 후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호날두와 메시의 발목을 잡았던 독일이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데다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의 전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축구 종가의 위용을 되찾고 있는 잉글랜드를 비롯해 브라질과 스페인 등이 현재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보다 우승에 근접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본선 조별 예선에서 대한민국과 맞붙는 포르투갈은 당장 16강 진출부터 신경 써야 할 처지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포르투갈은 호날두 외에 베르나르두 실바, 브루노 페르난데스, 주앙 펠릭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정작 페르난도 산투스 대표팀 감독의 답답한 전술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르투갈은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에 못 미치는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간신히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한 위원은 “다만 산투스 감독이 전술적 변화를 꾀하고 젊은 선수들이 본선에서 잠재력을 더 발휘한다면 우승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최근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갖춘 탄탄한 축구를 선보이며 3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최근 유럽 강팀과는 경기하지 못한 데다 선수 개개인의 네임밸류도 다른 우승 후보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지현 축구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에 속한 멕시코는 월드컵에서 전통의 강호이고,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이끄는 폴란드도 전력이 상승세라 아르헨티나도 16강 진출에 먼저 신경 써야 할 상황”이라며 “16강에 올라가면 강팀을 만나도 한 경기씩 승부를 겨뤄볼 만한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만약 호날두와 메시 중 한 명이 월드컵에 우승한다면 역대 최고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한준희 위원은 “월드컵 우승을 하는 사람은 마라도나와 견줄 수 있지만, 역대 최고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월드컵 우승을 3번이나 한 펠레의 기록이 건재하고, 요한 크루이프와 디 스테파노, 프란츠 베켄바워 등 그들과 견줄 수 있는 후보들이 여전히 많다”며 “다만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사람은 21세기 이후 활약한 축구 선수 중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지현 위원은 “월드컵 우승 과정에서 어떤 기여를 했느냐도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이 이끄는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어떨까. 한준희 위원은 “현재는 30% 정도라고 보고, 남은 기간 30%를 50%로 끌어올리면 2위 안에 들어 16강에 갈 수 있다고 본다”며 “포르투갈과 대한민국이 속한 H조의 팀 간 전력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서로 물고 물리는 죽음의 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참고로 독일, 스페인과 같은 조에 추첨된 일본이 16강에 갈 확률은 3%밖에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장지현 위원은 “1포트와 2포트를 차지한 상위 16국을 보면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피파 랭킹 1~16위가 다 들어와 있다”며 “어느 조의 어느 팀도 16강 진출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종합하면 대한민국 축구 팬이나 호날두와 메시 팬들에게 카타르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