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IPCC, 각국에 동참 호소 온난화 수준 ‘1.5도 이내’ 지키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43% 줄여야 현재 노력만으론 순배출량 못 줄여… 태양광-풍력 위주로 발전원 바꾸고 농업-임업 환경도 친환경적 개선을… 선진국이 적극적으로 실천 나서야
게티이미지코리아
3월 전국 평균기온은 7.7도로 평년보다 1.6도 높았다. 전국 단위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2021년(8.7도), 2018년(7.9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따뜻한 3월이었다. 고온 현상은 4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강원 강릉의 낮 최고기온은 31도를 넘었다. 4월 상순(1∼10일) 기준 역대 최고치다. 벚꽃 필 시기에 초여름 날씨가 찾아온 것이다.
4일 공개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제3 실무그룹 보고서에는 이 같은 지구온난화가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이 담겼다.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는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경고도 들어 있다. IPCC는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할 만한 기후 전망으로 꼽힌다. 이번 보고서에는 전 세계 195개국, 4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모든 부문에서 즉각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노력이 필요하다.”(짐 스키아 IPCC 제3실무그룹 공동의장)
이번 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 수준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시기의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2050년까지는 84%를 줄여야 한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따라 지구 온도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도 소개됐다. 가장 긍정적인 전망은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모두 ‘넷제로(탄소중립)’에 도달한 경우다. 이산화탄소는 2050∼2055년, 온실가스는 2070∼2075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경우 지구 온도 상승폭은 1.2도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반면 이산화탄소 넷제로 시점이 2070∼2085년으로 지연되면 지구 온도가 1.5∼1.8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59Gt(기가톤·1Gt은 10억 t)이다.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때 2030년 순배출량은 57Gt으로 큰 차이가 없다. 국제사회가 함께 추진 중인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해도 순배출량은 50∼53Gt에 이른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16Gt 이상의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열쇠는 선진국이 쥐고 있다. 2019년 최빈국의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7t으로 전 세계 평균(6.9t)의 4분의 1 수준이다.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북아메리카 지역이 연간 19t으로 남아시아(2.6t)의 약 7배에 달했다. 전 세계 인구의 48%가 1인당 6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체에너지 비용 대비 효과 높아
이번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선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각각 연간 4Gt 안팎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자력발전은 연간 약 1Gt의 감축 효과가 있지만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보다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오채운 녹색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원전 폐기나 사고 발생에 대한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형태의 농업환경 개선과 산림 보존도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다. IPCC는 농업·임업·토지이용 분야에서 연간 8∼14G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30∼50%는 이산화탄소 1t당 20달러(약 2만4600원) 미만의 비용으로 감축이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운송 분야에선 전기자동차 보급과 항공 및 해운 등 장거리 수송 분야의 바이오연료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IPCC는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를 1∼10% 감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기후 분야 투자도 절실하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2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현재의 3∼6배 규모의 기후 금융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급 방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한 이전 보고서와 달리 이번엔 개인의 에너지 소비 형태 변화 등 수요 측면을 강조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의 주저자로 참여한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연구본부장은 “에너지 수요를 적절히 조절하지 않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에너지 가격 조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