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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금리 역전, 이번 시나리오는 좀 다르다

황태자의 사색 2022. 4. 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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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금리 역전, 이번 시나리오는 좀 다르다

[WEEKLY BIZ] Biz Pick: “경기침체 신호 아니다” 갈수록 힘실리는 반론

입력 2022.04.14 17:30
 
 
 
 
 

최근 경기 침체의 전조(前兆)로 불리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나면서 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이와 반대로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가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금리 역전 이후 불황에 빠진 경우가 많았기에 투자 심리는 움츠러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역전은 과거와 양상이 달라 경기 침체의 징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단기 금리 차를 논할 때 비교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이다. 그런데 지난해 3~4월 1.5%포인트(연 기준)까지 벌어졌던 두 채권의 금리 차는 코로나 재확산과 공급망 대란 등의 악재로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해 결국 지난 1일 0.05%포인트 역전(2년물 연 2.44%, 10년물 연 2.39%)됐다. 미·중 갈등이 극심했던 2019년 8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표적인 장기 채권인 10년물은 주로 경기 전망에 따라 움직인다. 앞으로 경기가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 주식 등 위험자산 수요가 늘고 채권 등 안전자산 수요는 줄어든다. 따라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면 채권 가격이 올라 금리가 떨어진다. 단기 채권인 2년물은 통화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면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10년물 국채에 매수세가 집중돼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낮아지는 특이한 현상이 간혹 벌어진다. 이런 일이 일어난 후에는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1977년 이후 작년까지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일곱 번 일어났는데, 이 중 다섯 번이 침체로 이어졌다. 금리 역전이 금융시장에서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는 반론도 많다. 금리 역전을 침체의 전조로 해석하려면 장기채 금리가 크게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면서 단기채 금리보다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져야 하는데, 10년물 금리는 2020년 3월 0.54%까지 떨어진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 11일 기준 2.79%까지 올랐다. 즉 이번 금리 역전은 연준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2년물 금리가 작년 말 이후 급등하다가 10년물 금리를 따라잡게 된 것이어서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경기 예측의 정확도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차가 올 들어 오히려 0.52%포인트(1.46%→1.98%) 벌어졌다는 사실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또 과거 금리 역전이 침체로 이어졌던 시기에는 경기선행지수, 실업수당 청구, 제조업 신규 주문 등의 주요 경제 지표 부진이 동반됐는데, 올해는 아직 그런 조짐이 없다. 메리츠증권 황수욱 연구원은 “미국 2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년 대비 7.6% 상승했고, 지난달 제조업 신규주문지수도 기준선(50)을 웃돌았다”며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금리 역전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