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장서 하루 3만벌 척척… 부부 세탁특공대
AI 공장서 하루 3만벌 척척… 부부 세탁특공대
[헬로, 프런티어] 예상욱·남궁진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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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3시 경기도 양주에 있는 비대면 세탁앱 ‘세탁특공대’의 스마트팩토리. 3300㎡(약 1000평) 규모 공장에서는 간밤에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가져온 옷 1만5000벌이 자동 세탁·건조 작업을 마치고 옷걸이에 걸려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여 명 직원은 옷 수선 상태나 세탁이 잘됐는지 점검하는 검사 작업에 한창이었다. 검사를 통과한 옷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수도권 각 지역으로 출발하는 트럭 앞으로 이동했다.
공장에서 만난 예상욱·남궁진아(35) 공동대표는 “세탁업계 최초로 비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세탁 공정에 적용해 사람 손길을 확 줄였다”고 했다. 세탁을 위해 수거해온 옷의 라벨을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AI가 옷 종류와 세탁 방법을 1초 만에 인식하고 분류해준다. 시간당 6000벌 이상 분류하는 속도다. 두 대표는 “수십년 세탁소를 운영한 달인의 감을 AI로 재탄생시킨 셈”이라며 “전체 세탁 시간을 30% 이상 단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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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특공대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다. 빨래·드라이클리닝을 예약하고 현관문 앞에 내놓으면 세탁 요원들이 옷을 수거해 밤새 세탁을 마친 뒤 다시 배송해준다. 모든 과정은 48시간 안에 끝난다. 현재 서울 전역과 인천·경기 일부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회원 수는 53만명. 코로나 이후 고객이 2배 이상 늘었다.
동갑내기인 예상욱·남궁진아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보기 드문 부부 창업자다. 두 사람은 영수증 포인트 적립앱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했는데, 얼마 안 가 회사가 문을 닫게 됐다. 2015년 두 사람은 창업을 결심하고 아이템을 물색하기 위해 서울 시내 아파트 상가를 돌았다. 예 대표는 “수퍼마켓은 쿠팡, 부동산은 직방, 치킨집은 배달의민족으로 상점들이 차례차례 앱으로 대체되고 있었다”며 “남은 게 세탁소였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두 대표는 세탁물을 걷어 근처 세탁소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사업했다. 낮에는 세탁소 사장님들을 만나고, 밤에는 빨래를 들고 뛰었다. ‘24시간 내 배송’을 철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었다. 남궁 대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배송을 48시간으로 늘렸는데 신기하게 고객이 오히려 늘었다”며 “고객은 당일 배송보다는 세탁 퀄리티를 더 중시했던 것”이라고 했다. 2019년부터 흑자가 났다. 200억원 넘는 투자를 받아 2020년 서울 금천구에 첫 자체 세탁공장을 세웠다. 양주 공장은 지난해 세운 두 번째 공장이자 첫 AI 공장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서비스 초기 한 벌당 3000원이던 와이셔츠 세탁 가격은 1800원까지 내려갔다. 예 대표는 “올해 파주에 세 번째 공장을 짓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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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특공대는 지난 3월 옷 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옷을 보내면 세탁을 해서 최적의 온·습도 환경이 마련된 대형 창고에 장기 보관하는 서비스다. 사진을 통해 옷 상태를 점검하고, 앱에서 배송 버튼만 누르면 집으로 가져다주는 ‘스마트 옷장’인 셈이다. 예 대표는 “올 하반기부터 보관한 옷을 당근마켓처럼 중고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세탁특공대 공장 곳곳에 적혀 있는 ‘우리는 옷을 사고 입고 버리는 의 생활을 혁신한다’라는 문구처럼 세탁뿐 아니라 옷을 보관하고 사고 파는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