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작아도 돈은 제일 잘 벌죠” 연금저축신탁 수익 1위 은행은
“덩치 작아도 돈은 제일 잘 벌죠” 연금저축신탁 수익 1위 은행은
“우리가 덩치는 제일 작아요. 그런데 돈은 제일 잘 벌어요.”
JB금융지주 김기홍(65) 회장은 26일 “작은 고추라고 다 매운 건 아니지만, 진짜 매운 고추는 작은 고추 아니냐”면서 이렇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JB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자산 기준으로는 가장 작지만, 자본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ROE(자기자본수익률)는 12.8%(작년 말)로 업계 1위다. 9~10% 정도인 KB·신한·하나·우리금융을 모두 앞선다.
JB금융의 2021년 순이익은 50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4% 증가했다. 2015년부터 연평균 30%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남들은 덩치 차이가 엄청나다고 보겠지만, 우리는 5대 금융그룹을 경쟁 상대로 여긴다”면서 “JB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가장 높은 금융사를 목표로 뛰고 있다”고 했다. 2019년 김 회장이 취임할 당시 5500원이었던 JB금융지주 주가는 현재 9000원대로 뛰었다. 주당 배당금 역시 2018년 말 180원에서 작년 말에는 599원으로 233% 증가했다.
그는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과 금감원 부원장보, 조세연구원 전문위원 등을 지낸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다. 작년 12월 연임에 성공해 2025년까지 3년 더 JB금융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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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자본수익률 1위 JB금융지주 김기홍 회장… ‘선택과 집중이라는 평범한 원칙’
JB금융이 원래 이렇게 수익성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이 취임한 2019년만 해도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9.02%로 업계 꼴찌였다. 김 회장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 먼저였다. 경영 전략을 전환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고 했다.
카드사까지 뛰어들어 포화 상태가 된 JB우리캐피탈의 신차 할부 금융을 과감하게 없애고 중고차 금융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엔 JB우리캐피탈에 투자금융부를 신설했다. 아울러 은행 간 경쟁은 치열한데 마진은 적게 남는 아파트 담보대출을 줄였다. 기업 대출이 절반이 넘어섰다. 그는 계열사별 영업 실적과 연체율 등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 매일 아침 직접 챙기고 있다.
JB금융 계열사의 이익기여도는 광주은행이 가장 높다. 광주은행은 지방은행 브랜드 평가에서 5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압도적 수익률과 혜택으로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지난해 연금저축신탁 수익률은 2.13%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다. 현재 업계 최고 금리를 주는 적금(1년 만기 기준)도 전북은행 상품이다. ‘JB카드재테크’ 적금의 경우 최고 금리가 연 6%다.
◇카카오뱅크 설립 때 전북은행 전산 시스템 공급
전북은행은 지난 8일부터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연 6% 적금(6개월 만기, 최대 월 20만원 납입)을 판매하고 있다. 전북은행 계좌로 한 번만 네이버페이를 결제하면 쉽게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김 회장은 “현실적으로 전북은행 앱으로 핀테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며 “대신 우리는 네이버⋅카카오와 전략적 협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며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전북은행은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에 자사 전산망을 공급하고, 작년 11월부터는 서로 전산망을 연결해 국고금 수납 업무를 시작했다. 동시에 디지털 핵심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JB금융은 올해 상반기부터 과장 이하 실무자급 20명을 선발해 삼성멀티캠퍼스에서 전일제로 IT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외부에서 디지털 전문가를 데려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5년간 상·하반기마다 꾸준히 뽑아 그룹의 디지털 인재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진출
그는 지역 경기에 좌우되는 지방 금융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냈다. 2016년 캄보디아 최대 상업은행인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을 인수한 데 이어 2019년 말에는 베트남 증권사인 ‘모건스탠리게이트웨이증권(MSGS)’을 인수해 JB증권 베트남을 출범시켰다. 해외에서 은행·캐피털·증권 등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체제를 완성했다. 김 회장은 “신흥국은 마진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데다 성장 가능성도 크다”며 “해외 수익과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리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