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나처럼 내성적인 아이들에게도 희망 되길"…팀 버튼 감독 10년만에 방한
황태자의 사색
2022. 4. 30. 22:22
728x90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 거장 팀 버튼 감독(63)은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어릴 적 말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어서 하고 싶은 얘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게 더 쉬웠다"며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게 당연하다. (어린이들이) 그림이든 음악이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30일 DDP 디자인전시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더 월드 오브 팀 버튼' 월드 투어에 맞춰 방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 시절 그린 노트 스케치부터 식당 냅킨에 적은 메모는 물론 회화, 사진,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 작품 52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버튼 감독의 대표작인 '비틀쥬스'와 '가위손' 등 그의 영화가 탄생한 과정을 콘셉트 드로잉과 대본 등으로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 섹션 '팀 버튼 스튜디오'에서 그의 작업실을 재현한 것도 볼거리다. 곧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웬즈데이'를 비롯해 신작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 메모보드에 붙어 있다. 앞서 2012년 전시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한 그는 과거 서울 광장시장에서 먹은 부침개의 맛과 상인들의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서울에 대해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특별전 장소인 DDP 건물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우주선 같은 공간 안에 들어와 있으니까 마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면서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그의 유작 건축물 사진을 보고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버튼 감독은 몽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스타일을 뜻하는 '버트네스크(Burtonesque)'란 어휘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팬덤이 두텁다. '비틀쥬스'(1988), '가위손'(1990),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3), '빅 피쉬'(2003), '유령 신부'(200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덤보'(2019) 등 지난 50여 년간 탄생시킨 수많은 영화는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특별전시도 전 세계에서 완판 행진을 벌이며 순회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에 공동묘지 탐험을 즐기는 아이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기괴하면서도 연민을 야기하는 다양한 영화 캐릭터를 탄생시킨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버튼 감독은 "타인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핵심 가치, 믿고 있는 것들을 계속 지켜 나간다는 점에서 어릴 때와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고 영화산업이 변화하는 와중에 코로나19로 그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장 앞에는 그의 상징인 '벌룬 보이'와 특별 제작된 높이 8.5m짜리 대형 조형물이 설치돼 어린이 관람객 호응이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