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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밧드의 나라 전통 살려, 모험·해양 관광지 개발 가속도

황태자의 사색 2022. 5. 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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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밧드의 나라 전통 살려, 모험·해양 관광지 개발 가속도

중앙선데이

입력 2022.04.30 00:21

업데이트 2022.04.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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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서 관광국으로 변모하는 오만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 카부스 국왕(재위 1970~2020년)의 즉위 30주년을 기념해 2001년 문을 열었다. 2만 5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오만 최대의 모스크 다. 바닥은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크기인 60mx70m의 이란산 카펫 한장으로 덮였다. [사진 주한오만대사관]

2년 여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끝을 보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글로벌 관광대전’이 시동을 걸고 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로 5000만 명 이상이 찾았던 관광대국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터키 등이 발 빠르게 마케팅과 고객 유치에 나서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의 산유국 오만은 아예 국가 경제의 중심을 관광으로 옮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오만 국가통계센터(NCSI)에 따르면 2019년 방문객은 410만 명으로 2017년의 310만 명과 비교해 2년 새 100만 명이 늘었다. 팬데믹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사이 이 나라는 ‘비전 2040’이라는 국가발전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관광입국에 나섰다. 2020년 즉위한 하이탐 국왕이 국가 경제의 중심을 석유·가스 중심에서 관광을 중심으로 휴양·물류·제조업, 그리고 친환경 농업과 수산업으로 옮기기 위해 가동한 야심 찬 프로젝트다.

아라비아 반도 동남부의 오만은 관광지로선 화려한 아랍에미리트(UAE), 고대문명의 이집트, 성지의 이스라엘,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후예인 터키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진 게 사실이다. 사막·산·바다 외에 눈에 띄는 관광자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오만은 외려 이런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기원 6세기부터 오만인들이 해로를 통해 2000㎞ 이상 떨어진 동아프리카와 교역했던 수르 항. [사진 주한오만대사관]

오만 문화유산·관광부와 주한오만대사관에 따르면 오만은 지난 2년간 나라 전역을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을 위한 휴식과 힐링을 제공하는 휴양 관광지로 개발해왔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뱃사람 신밧드의 출생지로 그려진 해양국가라는 스토리, 모험심을 자극하는 사막과 산지, 그리고 현대적 도시와 리조트를 활용해 해양 레포츠, 돌고래·거북 등 환경 관광, 사막 여행과 체험, 고대·중세 역사 관광에다 현대 오페라 공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이 나라에서 가장 개성 있는 지역은 남부 도파르일 것이다. 인근 UAE의 두바이·아부다비, 카타르의 도하, 바레인의 마나마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각국 사람들이 여름철 낮최고 섭씨 40~5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를 피해 도파르로 몰렸다. 계절풍 덕분에 여름에도 시원하고 온화한 날씨를 보여 사계절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 청해부대가 기항하는 살랄라 항도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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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동방박사의 선물인 황금(권능)·유향(신성)·몰약(죽음) 중 유향의 산지로 유명하다. 오만 전역의 모스크·교회·사원과 가정에선 도파르산 유향을 피워서 내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오만은 황량한 사막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낙타나 오프로드 자동차를 타고 사막의 모래언덕을 달리고 사막에 사는 베두인 부족 마을을 찾아 야외 바비큐를 즐기는 ‘사막 사파리’는 기본이다. ‘오만 어드벤처’라는 이름으로 닷새 동안 달리기와 자전거 경주를 결합한 극한 경주대회도 연다. ‘오만 국제 랠리’라는 이름의 사막 자동차 장거리 경주대회까지 개최한다. 전통의 낙타와 말 경주도 지역별로 무수히 만날 수 있다. 황량하기만 한 사막을 직접 즐기고 도전하는 마당으로 개념을 바꿨다.

6~7세기 수도였던 고도 니즈와의 요새. [사진 주한오만대사관]

해양국가 전통을 살려 두바이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이르는 항해 경주 대회를 열고, 신밧드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바다 낚시 대회도 개최한다.

눈에 띄는 것이 못을 전혀 쓰지 않고 목재 이음새로만 만드는 중세 무역선 재현 프로젝트다. 오만에선 80년 소하르호를 전통 선박으로 수르 항에서 중국 광저우(廣州)까지 항해했다. 2010년엔 9세기 무역선인 ‘무스카트의 보석’호를 복원해 싱가포르까지 항해한 적이 있다. 현재 한국 등 동아시아까지 항해하는 이벤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스폰서만 확보하면 즉각 시작할 예정이다.

무스카트 같은 현대 도시에선 모스크와 오페라 관람이라는 동서양의 문화를 오가는 크로스오버 관광도 제공한다. 무스카트의 어시장 등 전통 시장은 상인과 지역 주민의 관용과 친절로 유명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웃는 표정으로 나선다.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정도를 넘어 아예 구분 자체를 별로 하지 않는 분위기다. 포르투갈·스페인 등이 글로벌 무역로를 개발한 대항해시대(15~18세기)보다 앞서 한국의 통일신라 시대인 9세기에 이미 중동에서 인도나 동아프리카로 가는 항로를 개발한 해상 제국의 후예임이 드러난다. 오만이 관광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선정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알 사아디 주한 오만 대사 “오만은 공존·관용 국가, 어떤 나라와도 잘 지내”

자카리야 알 사아디 주한오만 대사가 서울 신문로의 대사관에서 자국을 소개하는 작은 박물관을 보여주고 있다. 외부는 물론 내부도 오만 전통 건축양식을 접목했다. 김현동 기자

자카리야 알 사아디 주한 오만 대사는 서울 신문로 한복판에 아라비아 전통 건축양식으로 건축돼 주목을 끌고있는 주한 오만 대사관에서 근무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앞세워 발 빠르게 포스트 팬데믹 관광 마케팅에 뛰어든 오만의 관광 전략과 양국 관계 현안을 들어봤다.

오만 관광의 장점은?
“다양성이 최대 자랑이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려는 사람은 그림같이 맑은 해변에서 돌고래와 거북이를 관찰하고, 모험과 도전을 선호하는 사람은 해양 레저와 스포츠를 직접 즐기거나 사막·산악 투어에 나설 수 있다. 역사·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요새와 성, 고대 문화유산이나 6~7세기 수도인 나니즈를 찾을 수 있다. 전통과 현대 시장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수도 무스카트는 안락함과 고요함을 찾는 사람에게 최적이다.”
오만은 여전히 한국에 낯설다.
“사실 양국은 오랜 교류의 역사가 있다. 오만인은 통일신라 말기인 서기 9세기 무렵 동아시아까지 와서 무역을 했기 때문에 신라인·고려인과 분명히 만났을 것이다. 양국 교류사를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거대한 대모스크와 서구식 오페라하우스가 모두 있어 놀랐다.
“오만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타인에게 개방적·관용적 태도를 보이고 공존을 추구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항구에서 다양한 외부 문화를 받아들이고 소통해왔다. 이슬람 양식과 명문으로 장식한 현대적 로열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한 건 오만 사회의 관용과 세계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서울의 주한 오만대사관은 아라비아의 전통 건축미에 현대 감각을 입힌 독특한 건물이다.
“2012년 개관한 대사관 건물은 오만과 아랍 건축 양식을 따른 것이지만, 설계는 한국의 건축 컨설팅 사무소에서 맡았다. 프랑스인 건축가가 직접 오만을 방문해 전통의 성·요새·궁전과 현대 건물까지 살펴보고 설계했다. 내부엔 작은 박물관도 있다. 오만 본국에선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건축물이 관광 자원의 하나다.”
현재 한국과의 관계는?
“1974년 수교 이래 발전을 거듭해 이젠 오만의 모든 가정집에 한국 제품이 있는 게 당연해졌다. 오만은 원유·액화천연가스 등을 한국에 공급해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한다. 한국 기업 진출도 활발해 대우건설은 호르무즈 해협 외곽의 두쿰 특별경제구역에 드라이 도크를 건설했다. 걸프협력회의(GCC) 지역 최대 경제자유구역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두쿰 정유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오만선박회사는 2002년부터 한국에 석유·가스를 운송할 선박 30척 이상을 건조했다. ‘비전 2040’에 따른 물류·수산업에서도 한국의 진출이 활발하다.”
복잡한 중동에서 오만이 오랫동안 평화를 누려온 비결은?
“오만은 술탄 카부스(2020년 서거) 시절부터 전 세계 어떤 나라와도 잘 지내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가깝게 지내면서,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란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카타르 위기(2017년 6월~2021년 1월·사우디와 동맹국이 카타르를 경제제재) 때도 편들지 않고 중립을 유지했다. 화해·관용의 정신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국가적 신념에 따랐다. 그 결과 지역 갈등 해결에 오만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