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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인류의 건강은 나아지고 있는가

황태자의 사색 2022. 5. 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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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인류의 건강은 나아지고 있는가

평균수명 크게 늘었지만
그중 절반은 아픈 채로
건강수명 연장은 시대과제
생존 문제이면서 동시에
엄청난 산업 기회일 수도

  • 입력 : 2022.05.05 0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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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기본적 소망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막 경험한 우리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몇 세기 동안 과학기술의 진보, 혁신 및 이에 대한 투자, 사회적 관심으로 인해 인간의 평균수명은 크게 증가했다. 1800년대 고작 30년이었던 평균수명은 1960년 54세, 2019년 73세가 되었다. 지난 60년간 평균수명은 19년이나 증가했음에도 건강하지 못하게 사는 기간의 비중은 전체 수명의 약 50%로 60년 전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시 말하면 건강 문제를 가지고 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는 뜻이다. 이를 개선할 수 있을까.

지난 2년간 우리는 놀랍도록 빠르게 코로나 백신을 개발·생산하고 전 세계로 배포하는 것을 목격했다. 즉 연구와 투자, 사회적 관심, 개인 행동의 변화에 동시에 집중하면 인간의 건강한 삶의 문제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3월 말 새롭게 론칭한 맥킨지 건강연구소(McKinsey Health Institute)의 분석 결과 향후 10년간 집중적인 노력을 통해 전 세계 인류의 건강한 삶의 시간을 450억년, 즉 인당 평균 약 6년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개인에게는 행복을, 기업에는 경제적 가치 창출 기회를, 정부와 사회에는 각종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의미한다.

이러한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단계는 건강에 대한 현대적인 이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48년 건강을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로 정의했다. 최근 경향은 여기에 영적인 건강을 더한다. 영적 건강은 목적의식, 정체성, 소속감, 사명감, 신성함 등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유지하는 것이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네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개인적 행동으로 운동, 노동, 수면, 식사 등의 습관이다. 둘째는 개인적 속성으로 유전, 성격, 경제적 상황 등이다.

셋째는 환경적 속성으로 각종 환경적 위협 요인들, 기술,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 등이다. 넷째는 각종 개입과 대처 방안으로 약, 수술, 교육, 사회보장제도 등이다.

이를 통해 포괄적으로 건강한 삶을 증진하기 위한 여섯 가지 변화를 제안한다. 첫째는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 확보와 분석이다.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한 규제와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둘째는 예방과 인식 개선 활동에 대한 투자 증대다. 이런 활동을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효율성 높은 투자로 봐야 한다. 셋째는 검증된 도구와 방법의 대규모 확산이다. 특정 지역 또는 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는 기술 혁신의 범위 확장이다. 현재의 헬스케어 기술 개발은 제약, 의료기기 등에 집중돼 있으나 디지털 기술,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다섯째는 모든 산업에서 가능성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S&P500 기업의 10~15%만이 헬스케어 산업으로 분류돼 있으나 실은 40~45%의 기업이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ESG까지 고려한다면 100%의 기업이 건강과 관련이 깊다. 즉 모든 기업에 건강이라는 주제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섯째는 개인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중국 핑안보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굿닥터(Good Doctor)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미 2억명 이상의 가입자에게 의료 지원을 하며 개인의 행동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자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등 또 다른 생존과 생계의 문제들이 심각하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을 위한 노력에 정부, 기업, 사회, 개인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

[송승헌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