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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 한국 제철 재료에, 프랑스 맛 입혔다

황태자의 사색 2022. 5. 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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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 한국 제철 재료에, 프랑스 맛 입혔다

`피에르 상 at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 서울 상륙

런치·티타임·디너 예약 운영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가 요리

한우 꽃등심에 명이나물 얹고
식용꽃 화사한 비빔밥도 선봬
소금 절인 김치비법에서 영감
구운 아스파라거스 식감 일품

"韓·佛 넘나드는 맛여행에 초대"

  • 이영욱 기자
  • 입력 : 2022.05.06 17:04:22   수정 : 2022.05.06 17: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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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상 at 루이비통`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 [사진 제공 = 루이 비통]
"식사를 함께 나누는 것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통합의 힘이 있습니다. 한국·프랑스의 복합적인 DNA를 요리에 담아낼 예정이에요." 루이비통이 지난 4일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 하우스 최초 팝업 레스토랑으로 선보인 '피에르 상 at 루이비통'. '피에르 상 at 루이비통'의 총괄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는 레스토랑 운영을 앞두고 한껏 기대감을 담아 이렇게 밝혔다.

루이비통이 청담동에 위치한 메종 서울 4층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루이비통이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레스토랑으로 원래 미술품 전시 목적으로 활용되던 공간이 레스토랑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한시적 운영이지만 루이비통은 팝업 레스토랑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피에르 상 at 루이비통` 내부. [사진 제공 = 루이 비통]
건축가 프랭크 게리 특유의 유리 패널 아래로 내리쬐는 자연광과 어우러지는 1만3899개 모노그램 플라워 장식이 천장을 샹들리에처럼 수놓는다.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오이가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위해 디자인한 '오리가미 플라워' 패턴에서 영감을 받았다.

레스토랑 입구에는 루이비통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비비엔의 대형 조각상이 서 있다. 비비엔은 식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루이비통이 지속가능 행보를 보여주기 위해 제품을 만들고 남은 가죽으로 만든 냅킨 홀더가 비비엔의 형상을 띠고 있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박서보 화백의 연작 '묘법' 두 점이 전시돼 음식을 즐기는 동시에 눈도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피에르 상 보이에가 선보이는 런치 및 디너 코스는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진행되는 별도 티타임과 함께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지난달 26일 사전 예약이 열리자마자 5분 만에 런치(13만원), 티타임(8만원), 디너(23만원) 전 타임이 모두 예약 마감돼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팝업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레스토랑 운영을 통해 루이비통 메종을 찾는 고객들에게 단지 제품만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에르 상 at 루이비통은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와 협업으로 진행된다. 피에르 상 보이에는 팝업 레스토랑 총괄 셰프로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인다. 그는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 프랑스 파리에 본인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5곳을 운영하고 있다.

피에르 상 보이에는 "루이비통의 첫 팝업 레스토랑에서 현지 제철 식자재를 통해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감사하고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런치와 디너 코스 모두에서 만날 수 있는 앙트레(전채요리)로는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한 연어 콩피와 시트롱 캐비아, 순무 카르파초를 선보인다. 메인 요리로는 버섯 파이와 명이나물을 곁들인 한우 꽃등심 스테이크, 식용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한 PS 비빔밥을 만날 수 있다. 와인 리스트와 페어링 옵션도 선택 가능하다. 한국계 프랑스인이라는 피에르 상 보이에의 정체성처럼 요리에도 한국과 프랑스 두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식재료를 요리하고 플레이팅해 이를 코스로 내는 과정은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쌈장소스나 비빔밥 등 한식의 느낌도 적절히 살렸다. 프랑스 요리지만 마치 퓨전 한식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베르네즈 사바용 소스와 헤이즐넛을 곁들인 데친 아스파라거스. [사진 제공 = 루이 비통]
대표적인 것이 런치와 디너 코스에서 동일하게 제공되는 베르네즈 사바용 소스와 헤이즐넛을 곁들인 데친 아스파라거스다. 피에르 상 보이에가 식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기에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메뉴로 꼽은 요리다. "한국의 김치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아스파라거스를 6시간 소금물에 절인 뒤 바비큐 방식으로 구워 냈습니다. 향과 식감이 일품이죠."

해당 메뉴를 접한 레스토랑 방문객들에 따르면 고소한 맛과 짭짤한 맛이 어우러지는데, 헤이즐넛 토핑으로 식감이 배가된다.


버섯 파이와 명이나물을 곁들인 한우 꽃등심 스테이크. [사진 제공 = 루이 비통]
버섯 파이와 명이나물을 곁들인 한우 꽃등심 스테이크도 마찬가지다. 메뉴명에서 알 수 있듯, 고깃집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명이나물이 스테이크에 살포시 올라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테이크, 명이나물과 함께 쌈장소스가 제공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쌈장소스는 피에르 상 보이에가 프랑스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도 제공되는 것으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식용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PS 비빔밥. [사진 제공 = 루이 비통]
PS 비빔밥도 그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메뉴 중 하나다. 봄꽃이 만개하듯 종이로 된 접시를 조심스레 펼치면 종이꽃 속에 작은 봄이 피어난다. 식용 꽃을 토핑한 비빔밥은 비빔밥 하면 떠오르는 고추장의 강렬한 맛은 없지만 은은한 꽃향기와 더불어 쌉싸름한 나물까지 어느새 저 멀리 떠나가는 봄을 붙잡을 향을 각인시킨다.

피에르 상 보이에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요리 철학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제 철학은 단순합니다. 기쁨과 웃음을 선사하는 것.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제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 계신 분에게는 프랑스를, 프랑스에선 반대로 한식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두 나라가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경험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