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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황태자의 사색 2022. 5. 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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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레이건, 취임 후 100일 동안
의원 467명과 49차례 만나
巨野와 협치해야 할 尹대통령
쓴소리도 경청하고 설득하길

 
권력은 쟁취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 중에 퇴임 후 국민의 존경을 받은 인물이 드물다. 취임 초기 반짝 지지를 받다가 마지막에는 실망만 주고 떠난 대통령이 많았다.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출발했지만 편가르기 진영 정치에 몰두해 나라를 분열시켰다는 평가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우리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게 국민들의 바람이다. 대통령의 성공에는 취임 직후 100일이 중요하다. 새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국정 운영 능력, 실행력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회는 여소야대 체제로 재편됐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년 뒤 총선까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 것이다. 총리 인준을 지연시키는 민주당의 횡포는 시작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여당의 뜻대로 처리되는 법안이 거의 없을 것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대외 경제환경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새 정부 출범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겨냥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태세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 경제, 안보 등 위기가 아닌 분야가 없다.

윤 대통령이 인수위 2개월 동안에 보여준 리더십을 미뤄볼 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윤 대통령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집무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줬지만 일방통행식 의사 결정과 국민과의 소통 부족에 대해서는 비판받았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보스 기질이 강한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참모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에 취임하는 순간부터 주변에서 대통령의 뜻과 다른 의견은 애써 말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무슨 얘기든 듣겠다며 직언을 구해도 대통령 앞에서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자칫 대통령의 소신이 오만과 독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여소야대 정국을 슬기롭게 돌파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을 이끌어갈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정면 돌파식 국정 운영은 야당과의 강대강 대치만 격화시키게 된다. 새로운 정책을 발표해도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 야당과 정면 대치를 계속한다면 국정 운영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말하는 레임덕에 빗댄 '취임덕'에 빠질 수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 대신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선택하면 분열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도 있다. 0.73%포인트 차의 대선 결과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에서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여소야대 상황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해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생떼를 부려도 일단 붙잡고 설득해야 한다.

협치의 기본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정치에서의 명분은 그렇게 쌓인다. 데이비드 거건 하버드대 교수는 'CEO 대통령의 7가지 리더십'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49회에 걸쳐 의원 467명을 만났다"고 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대통령이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 지도부나 의원들과도 수시로 통화하거나 직접 만나서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은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존재다. 거대 야당이 무리하게 발목을 잡는다고 해서 그 책임이 결코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대통령의 힘은 끊임없는 설득과 타협에서 나온다.

[윤상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