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연금 늘자 '사별 삭감' 급증, 남편 유족연금 받아도 44만원
부부연금 늘자 '사별 삭감' 급증, 남편 유족연금 받아도 4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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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국민연금 수령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런저런 사유로 한 사람에게 두 개의 연금이 돌아가는 경우도 늘어난다. 이럴 땐 하나가 사라지거나 줄어든다. 이른바 중복조정이다.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인 노령연금, 사망 후 가족에게 돌아가는 유족연금, 장애연금, 반환일시금 등의 다양한 유형의 국민연금이 중복되면서 조정 당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약 15가지 유형의 중복조정이 이뤄진다.
14일 국민연금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복 조정된 연금 수급자(수령자)가 15만4488명에 달한다. 1년 새 15.1% 늘었고, 10년 새 세 배가 됐다. 중복 조정된 이후 삭감된 연금을 받다가 숨지거나 연금공단 상담과정에서 아예 빠진 이도 적지 않아 실제 조정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복조정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모씨는 연금공단 홈페이지에 “본인의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을 중복해서 받게 되는 경우 유족연금 중복지급률 30%를 적용하는 건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의 사망에 따른 생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노후를 보장하기에는 금액이 충분하지 못하다. 수령금액의 최대금액 100만원까지 중복조정을 없애고 유족연금을 전부 지급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지난 10년새 3배로…여성이 77%
공무원연금보다 깐깐하게 줄여
“유족연금 절반 지급해야” 주장
“100만원 안 되면 깎지 말아야”
한 사람에게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이 생겨서 중복 조정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만2909명(전체의 80%)이며 주로 부부간의 ‘사별 삭감’이다. 국민연금 가입 중 또는 연금 수령 중 사망하면 기본연금액(20년 가입한 것으로 가정한 연금액)의 40~60%가 나오는데, 이게 유족연금이다. 전체 국민연금 수령자가 600만 명을 넘고, 부부 수급자가 54만3491쌍으로 느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별 삭감이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부부 수급자는 2년 전보다 무려 4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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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외에도 노령연금-장애연금, 장애-반환일시금, 장애-유족, 유족-유족, 유족-일시금, 분할연금-유족, 분할-장애 등 다양한 형태로 중복으로 삭감된다. 부부가 연금을 받다가 한쪽이 숨지면 어떻게 삭감될까. 경기도에 사는 이모(62)씨의 사례다. 본인은 80만원, 남편은 186만원가량 연금을 받던 중 남편이 최근 숨졌고, 유족연금 111만6000원(남편 연금의 60%)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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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씨의 선택은 두 가지다. ①유족연금만 받거나 ②본인 연금+유족연금의 30%를 받는 것이다. ①보다 ②(113만4800원=80만+33만4800원)가 약간 많아서 ②를 선택했다. 본인 연금이 사라진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최모씨는 국민연금 54만원을 받던 중 남편이 숨지면서 유족연금 82만3420원이 생겼다. 최씨는 유족연금(①)을 택했다. ②(78만7030원)보다 많아서다. 유족연금을 선택하면서 본인 연금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만 명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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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복 조정되면 평생 연금액이 줄어드는 건 분명하다. 또 남편이 먼저 숨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성이 77%를 차지한다(3월 기준, ②유형 분석). 이렇게 삭감 조정된 후 월평균 연금액이 여성은 44만원, 남성은 58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낸 돈보다 많이 받기도 한다. 앞에서 예를 든 이씨와 남편의 총 보험료는 1억1500만원이고, 중복 삭감 후 이씨가 기대수명(85세)까지 받을 경우 3억4000만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공단 이숙영 연금사후관리부장은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국민연금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혹시 모를 사망 후 유족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도와주고, 장애 등의 위험을 보장하는 장치가 국민연금”이라고 말했다. 원래 배우자가 사망하면 끝이었으나 2007년 유족연금의 20%(지금은 30%) 지급 조항이 생겼다.
공무원-국민연금 부부는 해당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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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복조정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최혜영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국민연금 평균액(57만원)이 얼마 안 되는데, 중복이라고 깎느냐”며 “일정 소득 이하는 깎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숙영 부장은 “연금 수급자마다 소득·재산이 다르다. 국민연금이 낮다고 소득·재산이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복조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족연금의 30%’를 50%로 올리려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지속해서 발의되지만 처리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하기도 한다. 공무원연금·사학·군인연금은 한쪽이 숨지면 유족연금의 50%를 받는다. 유족연금 자체도 국민연금보다 후하다. 또 공무원-국민연금 부부, 공무원-사학연금, 사학-국민연금 부부는 제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중복돼도 삭감하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공무원·사학연금은 국민연금보다 재정이 더 불안한데도 중복조정이 약하다”며 “국민연금은 많지도 않은데 왜 감액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다른 나라는 어떤가=스위스·미국은 연금이 많은 것만 지급한다. 프랑스·캐나다는 둘 다 지급한다(상한선 있음). 영국도 그리하지만, 상한선을 넘으면 유족연금의 일부만 받는다. 핀란드는 노령연금 액수에 따라 감액을 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