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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

황태자의 사색 2006. 8. 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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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9 2007-03-06
모든 확신이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선용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자칫 '우리(Us)'와 '그들(Them)'
이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를 두고 흔히 '부족적 사고'(Tribal mind)라고
합니다. 합리적 사고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큰 요인이 되는 부분이지요.


1. 미국인과 이란인, 무슬림과 기독교인, 흑인과 백인, 남성과 여성, 남부 사람과
북부 사람, 외향적 타입과 내성적 타입, 영리한 사람과 운 좋은 사람 등 개인보다는
크고 인류 전체보다는 작다고 정의되는 이러한 범주를 '인간 부류(human kind)'
라고 일컫는다.

2. 개인과 전체 사이에 위치하는 인간 부류들은 호모사피엔스라는 한 가지 부류의
세상보다 휠씬 복잡다단한 세상을 표현한다. 어떤 인간 부류는 인간이 아닌 것까지도
포함한다. 예컨대 당신의 가족이라는 부류에는 머나먼 타지 사람보다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개나 고양이가 포함될 수도 있다. 인간부류는 무한히 쪼개질 수 있다.
한 가지 부류만 놓고 봐도 그 속에서 하위범주를 찾을 수 있고 그 하위범주들 속에서
더 많은 하위범주들을 찾을 수 있다.

3. 다른 피조물들은 스스로를 그런 부류로 나누지 않고서도 잘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정교하게 서로를 분류하는 이유는 여전히 설명히 잘 안된다.
이처럼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인간의 사고를 두고 '부족적 사고'라고 부른다.

4. 부족적 사고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부족적 사고는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인간 세상 속에서 우리가
놓인 위치를 알고, 우리의 행동을 판단하기 위한 정신적 지침이다.

이러한 인간 부류의 심리는 정부나 종교 당국, 민족, 인종, 계급, 성적 자부심을
조장하는 각종 제도들이 낳은 결과일 뿐 아니라 그러한 제도들을 낳은 근원이기도 하다.
오늘날 정치적 부족들이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이 적절한 언어로
인간 부류의 기능에 호소할 줄 알기 때문이다. 적절한 언어로 말한다면 '어떠한'
부류라도 부족적 사고를 갖게 만들 수 있다.

5. 부족적 사고는 합리적인가?
부족적 사고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문제다. 부족적 사고는 진지하지 않다. 그리고
자기 만의 고유한 방식을 따른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들이 부족적 사고라는 문제를
회피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과학자들 역시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열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민족, 종교, 문화, 전통 같은 인간 부류에 대한 감정은 올림픽
경기에서부터 대량학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조직화한 활동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이든 동기를 부여해왔으며, 과학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6. 인간 범주 혹은 부족적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인간 부류의 개념은 언제나 변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인간에 관한 영원불변의 본질적
사실도 아니다. 인간에 대한 범주도 다른 생각과 마찬가지로, 일부는 사실에서 왔지만
일부는 마음이 스스로 만들어낸 혼성물이다.

부족적 사고가 만들어내는 정신적 코드가 반드시 진실을 제대로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의 믿음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과학적 사실이 밝혀질수록 그 믿음은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00년 동안의 과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문장이 될 것이다. "이 세상은 당신이 믿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다."

7. 인간 부류의 복잡한 점은 그것이 말 그대로 실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계가 분명한
국가조차도 대개는 우리 머릿속에 사고, 신념, 감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
부류에 대한 인식과 감정이 항상 가변적임을 뜻한다. 우리는 변치 않은 감정을 지닌 듯
행동하지만 수시로 감정을 바꾼다. '우리'의 일원으로 보던 사람들을 조금 뒤에는 그저
숨 쉬는 사물(그들)로 보기도 한다. 한 개인에 대한 감정이 변함에 따라 그가 속한
부류에 대한 감정까지 변할 수도 있다.

8. 정치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동의한 적도 없고 자신들에게 해가 되는 인간
부류의 틀에 갇혀 산다. 집단은 실체가 아닌 과정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