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환 曰] 중도화에 길 있다

한경환 총괄 에디터
대선에서 ‘중도층의 표를 얻지 못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는 않은 모양이다. 중도만 지향한다고 당선되는 것도 아니다. 집토끼도 잡고 중도도 같이 잡아야 한다. 여기에 후보들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30일~12월 2일 한국갤럽이 여론조사한 결과를 보자. ‘중도’라고 표명한 응답자들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도는 각각 33%로 똑같았다. 이 조사에서 두 후보의 전체 지지도 또한 각각 36%로 차이가 없었다. 성향을 모른다거나 응답을 거절한 사람 중에는 이 후보 지지가 34%, 윤 후보 지지가 36%로 거의 비슷했다.
극단적·배타적 정책 물리쳐야
물론 여론조사 기관별로, 시기별로 하루가 다른 결과가 쏟아져 나오겠지만 중도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데이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대선은 ‘중원의 결투’로 판가름 날 것이다.
중도화는 진보와 보수 양극단으로 쪼개진 한국의 정치 지형을 정상화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키워드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치권이 주도한 양 진영의 극한적인 대립으로 무수한 사회불안과 이념 갈등에 시달려야 했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건 합리적이고 온건한 중도층 국민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이젠 이들이 표를 주지 않으면 진보도 보수도 승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모두 중도를 중시하는 발언과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후보는 중도층에게 불안하다는 인상을 심어 줬던 보편적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신설 등 급진적 공약에서 한발 물러섰다. 아직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라며 여운을 남기긴 했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우클릭이 눈에 띈다.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 빅딜이 아닌 조건부 제재 해제와 단계적 동시 행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죽창’ 운운으로 한때 험한 파도가 일었던 한·일 관계의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집토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국 사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라며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가장 큰 실패의 영역”이라고 인정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에 맞춰서 충분히 재고해 볼 수 있다”고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의 중도 외연 확장 행보도 주목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갈등을 봉합한 윤 후보는 지난 6일 선거대책위 출범식 연설에서 “청년과 여성을 보강하고,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취약 지역인 호남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지난 4년여 동안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제의 전광석화와 같은 시행, 대책 없는 탈원전 푸시, 근 30차례에 걸친 헛발질 부동산 정책, 세금 폭탄 투하, 일방적인 정규직화 강행, 굴욕적인 대북 저자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강행되는 무모한 실험의 대상이 됐다.
이젠 여기서 멈춰야 한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최대한의 합의 정치’ 문화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다툼이 있으면 치열하게 논쟁하고, 합의했으면 함께 지키며 새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국민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중도층의 투표 참여가 절실하다. 거짓으로, 또 위선으로 국민을 속이는 후보가 아닌 진정성을 가진 이성적, 합리적 후보와 정당, 그리고 정책을 중도층이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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