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시리다… 바이오株 ‘시련의 계절’
투자한 개미 100만 넘는데 오스템·신라젠 등 악재 겹쳐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심사에선 신라젠의 신약 연구·개발(R&D)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심사위는 1심 격일뿐, 오는 2월 코스닥시장위원회가 한번 더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도 상장폐지 결정이 나면, 신라젠은 최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2020년 5월 거래정지 이후 1년 8개월간 거래 재개만 고대해온 17만 소액주주들(지분율 92.6%)은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속에 또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처지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 연초부터 악재가 쏟아지며 투자자들이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회삿돈 2215억원 횡령 사건으로 지난 3일부터 주식매매가 정지됐고, 2년 8개월간 거래가 정지된 코오롱티슈진은 2월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심사를 앞두고 있다. 셀트리온도 분식회계 의혹으로 주가가 연초보다 15%가량 폭락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소액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들로, 각사 소액주주 숫자를 다 합치면 100만명이 넘는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혹시라도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나온다면 많은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고 바이오 산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발 묶인 17만명 소액주주들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바이오 간판주였다. 항암 바이러스 면역 치료제 ‘펙사벡’이 주력 제품이다. 바이러스가 암을 공격해 암을 퇴치하는 원리다. 하지만 2019년 8월 미국에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3상이 중단되며 주가가 급락했고, 경영진이 횡령·배임으로 구속기소되면서 2020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한때 10조원에 이르렀던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1조244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해 11월 기업심사위원회는 개선 기간 1년을 줬다. 신라젠은 주요 경영진을 교체했고 지난해 7월엔 철강부품제조사 엠투엔이 최대주주가 됐다. 두 차례 유상증자로 총 1000억원의 자본도 조달했다. 신라젠은 “신장암, 흑색종 등 다른 암종에 대해서도 펙사벡 임상을 진행하며 개선 과제를 착실히 수행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며 “충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과 임상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라젠에 두 번의 기회가 더 있다. 오는 2월 18일 시장위 결정이 예정돼 있고, 여기서 상장폐지가 나오더라도 회사의 이의신청으로 다시 한번 다퉈볼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주식에 돈이 묶인 소액주주들은 “거래소를 형사고발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추운 겨울 보내는 바이오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팀장(구속)의 2215억원 횡령 사건으로 지난 3일부터 주식 매매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24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거래가 재개되지만, 심사 대상에 해당하면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기업심사위로 넘어가 거래 정지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티슈진도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성분 변경 문제로 2월 9일 시장위의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를 받은 뒤 2019년 5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기업심사위와 시장위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왔고, 회사의 이의신청에 다시 열린 시장위에서 개선 기간 1년을 부여받았다. 이번 결정이 최종 결과다. 코로롱티슈진의 경우,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 3상을 재개한 것이 큰 호재이긴 하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셀트리온그룹에 대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조만간 제재안을 확정하는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연초 대비 15%가량 폭락했다. 18일엔 4년 가까이 코스닥 시총 1위를 지켰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코스닥 2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박재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하면 거래 정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독]세계 최대 자문사 “포스코 물적분할 찬성” (0) | 2022.01.20 |
---|---|
82조원 세기의 빅딜 MS 노림수는 딱 하나 (0) | 2022.01.20 |
美 국채금리 뛰고, 中 경기둔화… ‘G2 리스크’ 커진다 (0) | 2022.01.20 |
IT 불모지’ 중남미·아세안에 ‘유니콘 기업’ 쏟아진다 (0) | 2022.01.20 |
‘지문인식’ 스마트 권총… 우발 총기사고 막는 게임체인저 될까 (0) | 2022.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