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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스 뉴욕대 교수는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마인드빌딩 펴냄)에서 유한 게임의 아이러니에 관해 이야기한다. 유한 게임은 플레이어, 즉 참가자가 승리하면 게임이 끝나 버리는 것이다. 노력하고 집중하면 승리자라는 영광은 얻을 수 있겠으나, 언젠가는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생명은 유한하고 결국에는 쇠락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유한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쓰디쓴 패배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리어왕의 삶에서 그 선명한 증거를 본다. 위대했던 리어는 말년에 이르러서 딸들에게 버림받고 비바람을 맞으며 광야를 떠도는 광인으로 전락한다. 설령 불멸의 영웅이란 타이틀을 얻더라도, 당사자는 이미 살과 피는 불살라지고 남은 뼈는 한 홉 단지 안에 유폐된다. 인생이 유한 게임이라면, 결국 자신의 절망과 좌절과 무능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카스는 무한 게임에 마음을 쓰라고 권한다. 무한 게임의 참여자는 승부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끝이라고 여겼던 자리에서 늘 미래의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살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유한 게임에서 일부러 패하려 하지는 않으나, 그들은 승리를 기념하지도 않고 패배에 좌절하지도 않는다. 마음이 언제나 한 번 더 하는 데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놀이하는 어린애같이 경이로운 마음으로 인생 게임을 바라본다. 아이는 패배해도 지치지 않는다. 완전한 어둠이 내릴 때까지 끝없이 '다시 한번'을 외칠 뿐이다.
인생 게임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이는 언제든 한 번 더 할 수 있다. 끝이 열려 있으므로, 절대 규칙도 없다. 세상은 늘 변한다. 무한 게임에선 누구나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고 바꿈으로써 닫힌 삶을 열어젖힐 수 있다. 정신적·신체적 강함을 잃지 않을 때, 인생을 다르게 사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따라서 죽을 때까지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생에서는 아무 것도 잃지 않은 것이다. 인생에는 절망이 있을 수 없다. 변할 수 있다면 계속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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