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설명절이 다가오면 가장 기대한 것은 역시나 세뱃돈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 또는 삼촌과 고모·이모 등 친척들에게 세배드리고 받는 세뱃돈으로 뭘 살지 고민하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었다. 최근에는 현금을 쓸 일이 없어 더더욱이나 세뱃돈으로 받는 현금이 더욱 귀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신고된 위조지폐 수는 역대 최저치었다. 화폐 취급 과정에서 발견했거나 금융기관 또는 개인이 신고한 위조지폐가 총 176장으로, 전년(272장)보다 96장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공표한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며, 2018년부터 4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대면 상거래 목적의 화폐 사용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금융기관 및 국민들의 위폐식별 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홍보 노력이 강화된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위조지폐에 대한 경각심은 잊어선 안된다. 특히 5000원권은 지난 2013년 검거된 위조범이 제작한 기번호 '77246' 위폐(91장)가 아직 대량 발견되고 있다. 이 때문에 5000원권이 97장으로 위조지폐가 가장 많았고 1만원권 39장, 5만원권 22장, 1000원권 18장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견된 위조지폐가 101장으로 상당 부분(77.1%)을 차지했으며, 강원도(4장), 부산광역시(3장) 순이었다.
위조방지를 위해 온갖 아이디어와 기술이 집약된 우리나라 은행권의 비결을 알아본다.
◆ 5만원권엔 홀로그램, 색상, 무늬, 숨은그림, 미세문자 등 다양
5만원권 위조방지장치
5만원권은 지난 2009년 6월 23일 최초로 발행됐다.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 초상과 함께 묵포도도, 초충도수병의 가지그림, 월매도, 풍죽도 등 고즈넉한 그림이 담겨있고, 최고액권답게 숨겨진 위조방지장치만 무려 16개에 달한다. 현재 사용중인 지폐 중 가장 위조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신사임당이 그려진 지폐 앞면을 보면, 일반인을 위한 위조방지장치 중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것은 지폐 왼쪽에 위치한 띠형 홀로그램이다. 앞면 왼쪽 끝 부분에 부착된 특수필름의 띠로서 보는 각도에 따라 상·중·하 3곳에서 ▲우리나라 지도 ▲태극 ▲4괘 무늬가 같은 위치에 번갈아 나타나며, 그 사이에 액면 숫자 '50000'이 세로로 쓰여 있다. 홀로그램 띠의 바탕에는 기하학 무늬가 넣어져 있으며, 홀로그램 왼쪽 끝에는 'BANK OF KOREA 50000'이 상·하 2곳에 세로로 새겨져 있고, 오른쪽 끝에는 전통 격자무늬가 한 줄로 새겨져 있다. 만원권에는 사각형 모양의 홀로그램이, 오천원권에는 원형의 홀로그램이 각각 적용되어 있다.
지폐 가운데 자리잡은 입체형 부분노출은선은 청회색 특수 필름 띠로, 여러 개의 태극무늬가 사방 연속으로 새겨져 있으며 은행권을 상하로 움직이면 태극무늬가 좌우로, 은행권을 좌우로 움직이면 태극무늬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입체형부분노출은선은 태양광 등에 비추어 보면 태극무늬의 움직임을 보다 선명히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상단에 위치한 가로확대형기번호 부분은 기번호 문자와 숫자의 크기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차 커진다. 참고로 만원권·오천원권·천원권 기번호는 문자와 숫자의 크기가 동일하다.
왼쪽 밝은 부분에는 용지의 얇은 부분과 두꺼운 부분의 명암 차이를 이용하여 만든 숨은그림이 있다. 도안초상의 시선과 서로 마주보는 방향으로 그려져 있는 신사임당 초상이다. 숨은 그림의 오른쪽 하단에는 육안으로 보거나 빛에 비추어 보면 오각형 무늬 안에 숫자 '5'가 들어 있는 형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돌출은화라고 해서, 용지의 특정 부위와 주변의 두께 차이를 극대화한 숨은그림의 일종이다. 만원권·오천원권·천원권에는 각 권종의 액면 숫자(10000, 5000, 1000)가 돌출은화로 적용되어 있다.
가운데 있는 신사임당 초상을 비롯해, 월매도, 문자와 숫자 등을 손으로 만져보면 잉크가 쌓인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볼록인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면 좌우측 중앙 가장자리에는 다섯 개의 줄무늬(액면식별지원촉각장치)를 볼록인쇄로 적용하여 시각장애인 등의 액면식별을 지원한다.
오른쪽 '50000' 숫자 아래에 있는 요판잠상은 특수 볼록인쇄 기법으로 은행권을 비스듬히 눕혀 보면 무늬 속에서 숫자 '5'가 드러나 보인다. 만원권·오천원권·천원권에는 앞면 하단에 띠 모양으로 요판잠상을 적용하고 있으며, 비스듬히 눕혀보면 무늬 속에서 문자 'WON'이 나타난다.
신사임당 오른쪽에는 숨은은선이 있는데, 특수 필름 띠로서 빛에 비추어 보면 그 위에 문자와 액면 숫자 '한국은행 BANK OF KOREA 50000'가 보인다. 만원권·오천원권에도 초상 오른쪽으로 숨은 은선을 적용해 각각 '한국은행 BANK OF KOREA 10000'과 '한국은행 BANK OF KOREA 5000'이 보이며 천원권에는 숨은은선을 적용하지 않고 중앙 부위에 부분노출은선을 적용했다.
지폐 상단에 동그란 원 속의 태극무늬 일부가 있는데, 빛에 비추어 보면 앞면과 뒷면의 무늬가 합쳐져 하나의 태극무늬가 완성되어 보인다. 앞뒷면맞춤이라고 하는데, 앞·뒷면을 동시에 인쇄하는 은행권만의 특수 인쇄기법이다.
지폐 상·하·좌·우 가장자리에는 연속되는 무늬를 넣어 인쇄한 엔드리스 무늬가 있다. 은행권을 접어서 서로 맞대어 보면 무늬가 연결되어 보인다.
지폐 가운데 하단에는 색상과 색상을 연결 할 때 자연스럽게 혼색이 되어 연결되도록 하는 특수 인쇄기법인 무지개 인쇄가 있다. 섬세한 색상 적용을 통해 위조 방지를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5만원권 뒷면을 보면 오른쪽 하단의 액면숫자(50000)에 색변환잉크가 적용되어 있으며 은행권을 기울이면 액면숫자의 색상이 자홍색에서 녹색 또는 녹색에서 자홍색으로 변한다. 만원권과 오천원권 뒷면의 색변환잉크는 색상이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천원권은 녹색에서 청색으로 변한다.
금융기관 직원 등 전문취급자를 위한 위조방지장치로는 형광잉크·형광색사 부분이 있다. 자외선을 비추면 묵포도도 등에 녹색형광 색상이 드러나고(형광잉크), 적·청·록 형광 색상의 짧은 실선(형광색사)이 여기 저기 보인다. 특수 제작된 필터를 올려놓으면 필터를 통해 숨겨진 액면숫자(50000)가 드러나는 필터형 잠상, 확대경을 이용하여 볼록인쇄(한글 자음 및 BANK OF KOREA) 및 평판인쇄(50000)된 미세문자 등을 식별할 수 있다.
◆ 세종대왕 얼굴 문지르면 위폐 알 수 있다?
1만원권 위조방지장치
5만원권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1만원권은 1973년 6월 12일 최초로 발행됐다. 세종대왕 초상을 비롯해 일월오봉도, 용비어천가, 혼천의가 지폐를 꽉 채우고 있다. 요즘 사용하는 1만원권은 2007년 1월 22일 발행된 것으로, 5만원권과 거의 같은 위조방지장치가 숨어있다.
지폐 앞면에 위치한 얇은 특수 필름인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무늬와 색상이 변하는데, '우리나라 지도', '액면숫자와 태극', '4괘' 3가지가 번갈아 나타난다.
중간 하단에는 특수 볼록 인쇄한 요판잠상이 있는데, 눈 위치에서 비스듬히 보면 숨겨져 있는 문자 'WON'이 나타난다.
오른쪽 '10000' 숫자 왼쪽 옆에는 용지의 내부 층에 세로 방향으로 얇은 플라스틱 필름 띠를 삽입하여 빛에 비추어 보면 문자가 인쇄된 숨은은선이 보인다.
상단에는 앞면과 뒷면에 분할된 모양을 인쇄한 앞뒤판맞춤이 있는데, 빛에 비추어 보면 앞면과 뒷면의 무늬가 합쳐져 완성된 태극무늬가 나타난다.
태극무늬 밑에 '만원'이라는 글자 주위로 숨은막대 2개가 숨어있다. 용지의 얇은 부분과 두꺼운 부분의 명암 차이를 이용한 막대형 숨은그림으로 빛에 비추어 보면 은행권 표면에 밝은 숨은 막대가 나타난다.
세종대왕 얼굴 바로 왼쪽과 아래쪽, 그리고 지폐 뒷면 곳곳에는 육안으로는 잘 확인되지 않고 확대경 등을 사용해야만 확인 가능한 작은 미세문자가 있다. 컬러복사 및 컬러프린터로 위조할 경우 이들 미세문자가 그대로 구현되지 않고 선이나 점선으로 나타난다.
왼쪽 흰색 부분에도 많은 것들이 숨어있다. 용지의 얇은 부분과 두꺼운 부분의 명암 차이를 이용하여 만든 숨은그림은 빛에 비추어 보면 오른쪽 인물초상(세종대왕)과 같은 그림이 반대방향으로 나타난다. 숨은그림의 일종이나 숨은그림보다 용지의 얇은 부분과 두꺼운 부분의 차이를 극대화 하여 선명도를 높여 빛에 비추어 보지 않고서도 액면숫자를 확인할 수 있는 돌출은화도 있다.
세종대왕과 혼천의 등은 볼록인쇄가 되어 있어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특수 조각기법으로 만든 오목하게 들어간 인쇄판에 잉크를 채워 글자나 무늬 등을 볼록하게 인쇄하는 기법을 이용했다.
전문가들은 1만원권을 자외선으로 비춰 형광잉크로 그려진 일월오봉도와 용비어천가를 찾아내 위폐여부를 감지한다. 또 자외선 형광램프를 비추면 여러 형광 빛을 내는 섬유가 용지 전체에 흩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형광색사라 한다. 형광 빛을 내는 가느다란 특수 섬유를 은행권 용지속에 삽입한 것이다.
5만원권과 마찬가지로 만원권에도 엔드리스 무늬가 적용되어, 좌우상하 무늬를 서로 연결해 보면 일치함
하나의 인쇄판에 서로 다른 잉크를 사용해 색상이 자연스럽게 혼색되도록 하여 은행권에 무지개 색 효과가 나도록 하는 무지개색 인쇄도 볼수록 신기하다.
지폐 뒷면의 '10000' 숫자는 색변환잉크로 인쇄돼 있어 각도에 따른 색상이 변화한다. 빛에 대한 반사 특성이 서로 다른 물질을 섞어 만든 특수잉크를 사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액면숫자의 색상이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변한다.
◆ 위폐 의심시 인상착의 기록…지문채취 위해 봉투에 담아야
5천원권 위조방지장치
5000원권과 1000원권에도 5만원권과 1만원권과 같은 위조방지장치가 숨어있는데, 5000원권에는 부분노출은선, 가로확대형기번호가 없고 1000원권에는 홀로그램, 가로확대형기번호, 숨은은선, 숨은막대가 없다. 필터형 잠상도 5000원권과 1000원권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1천원권 위조방지장치
한국은행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공동으로 알기쉬운 위조지폐 확인법 앱을 만들어 은행권에 적용중인 위조방지장치를 소개하고, 위조지폐를 식별하는 요령 등을 안내하고 있다. 받은 돈이 위폐로 의심되면 사용자의 인상착의나 차량번호를 기록해두고, 지문채취가 용이하도록 봉투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또한 가까운 경찰서나 한국은행 등 전국 은행에 신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