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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여도 손엔 꽃이…"힘들어도 희망은 놓지 말자"
입력 2022.02.03 16:35 수정 2022.02.04 02:19 지면 A23
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후고 짐베르크 '부상 당한 천사'
부상 당한 천사는
핀란드 민족성 상징
2006년 '국가 그림'에 선정
천사가 쥔 꽃은 평화와 화합
힘든 시기 이 그림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 치유되길
후고 짐베르크 '부상 당한 천사'
부상 당한 천사는
핀란드 민족성 상징
2006년 '국가 그림'에 선정
천사가 쥔 꽃은 평화와 화합
힘든 시기 이 그림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 치유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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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국민 화가 후고 짐베르크의 ‘부상 당한 천사’
“영원히 죽지 않으면서 천사로 순수하게 산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야. 하지만 가끔 싫증을 느끼지. 영원한 시간 속에 떠다니느니 나의 중요함을 느끼고 싶어. 지구의 중력을 느끼고, 현재를 느끼고, 부는 바람을 느끼며 지금이란 말을 하고 싶어. 지금, 지금….”
천사의 능력을 상실한 다미엘처럼 인간화된 천사를 묘사한 명화가 있다. 핀란드의 국민 화가 후고 짐베르크(1873~1917)의 걸작 ‘부상 당한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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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당한 천사’를 그리기 전 모델이 포즈를 취한 모습.
그림 속 분위기도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늘은 회색빛이고 그 아래 눈 덮인 산과 차가운 발트해의 핀란드만(灣)이 침울하고 슬픈 분위기를 더한다. 두 소년은 가난하지만 동정심이 많은 성품을 지닌 것 같다. 검은 모자에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은 고개를 숙여 땅을 내려다보며 조심스럽게 길을 인도한다. 갈색 상의에 짙은 청색 바지를 입은 소년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본다. 두 소년의 의복이나 표정에서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착한 심성이 느껴진다. 황량한 들판에는 군데군데 흰색 봄꽃이 피었고 천사도 오른손에 똑같은 꽃을 쥐고 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개울가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버드나무에는 새잎이 돋았다. 꽃과 버드나무는 치유와 부활, 재생을 상징한다. 짐베르크는 그림의 의미에 대해서는 설명을 거부했지만 장소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해석을 참고하면 이 작품이 핀란드 국가 그림으로 선정된 배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핀란드는 수세기 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오랜 전쟁으로 인해 국민이 많은 고통과 슬픔을 겪었다. 끔찍한 학살과 고문의 역사는 핀란드인의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다. 부상 당한 천사는 온갖 고난과 박해를 받은 핀란드 민족성을, 순백의 의복과 날개는 인간의 잔인한 폭력으로 희생된 무고한 영혼들을 상징한다. 그런 한편으로 이 그림에는 과거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희망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들판에 핀 꽃과 천사가 손에 쥔 꽃은 평화와 화합을 갈망하는 인류애를 상징한다.
짐베르크 자신이 이 그림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개인사도 작품의 명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짐베르크는 뇌수막염으로 고통받고 있었는데 길고도 추운 겨울 내내 중병을 앓다가 회복 중이었을 때 이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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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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