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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망덕포구, 윤동주 詩 숨긴 항아리가… [고두현의 문화살롱]
입력 2022.02.04 17:36 수정 2022.02.05 00:09 지면 A22
■ '동주 절친' 정병욱의 옛집
기숙사·하숙방 함께 썼던 병욱
학병 끌려가기 직전 고향집에
동주의 육필 시집 원고 맡겨
어머니가 한밤중 마룻장 뜯고
항아리 속 깊숙이 감춘 덕분에
광복 후 '하늘과 바람과…' 탄생
고두현 논설위원·시인
기숙사·하숙방 함께 썼던 병욱
학병 끌려가기 직전 고향집에
동주의 육필 시집 원고 맡겨
어머니가 한밤중 마룻장 뜯고
항아리 속 깊숙이 감춘 덕분에
광복 후 '하늘과 바람과…' 탄생
고두현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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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하구 망덕포구에 있는 정병욱 가옥. 이 집 마루 밑에 윤동주 유고가 보관돼 있었다.
정병욱의 아버지 정남섭은 이곳에서 1934년부터 양조장을 운영했다. 경남 남해 태생인 그는 3·1운동 주도 후 하동으로 피신해 교편을 잡다 여기에 정착했다. 이 집에서 자란 정병욱이 윤동주를 만난 것은 1940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신입생 때였다. 신문 학생란에 실린 그의 글을 보고 윤동주가 찾아왔다. 동주는 3학년이었고 다섯 살 많았지만 둘은 평생지기가 됐다. 기숙사와 하숙집에서 함께 생활했고, 문학과 예술을 논하며 조국의 앞날을 걱정했다.
북간도와 광양 잇는 문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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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을 겸한 정병욱 가옥의 옛 모습.
일제 말기인 1944년 1월, 정병욱은 학병으로 징집돼 일본으로 끌려가게 됐다. 떠나기 전 그는 어머니에게 동주의 원고를 맡기며 “소중히 간직하고, 둘 다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조국이 독립하면 세상에 알려 달라”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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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전문학교 시절의 윤동주(왼쪽)와 정병욱.
동주와 스승이 간직했던 원고는 유실돼 찾을 길이 없다. 정병욱이 지켜낸 원고가 없었다면 한국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통째로 비워둬야 할 뻔했다. 그런 점에서 ‘윤동주라는 빛(光)’과 ‘정병욱이라는 볕(陽)’을 아우르는 광양(光陽) 옛집의 의미는 각별하다. 북간도 용정 출신의 윤동주 문학이 한반도를 관통해 이곳 마루 밑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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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항아리에 감춰뒀던 육필 원고.
정병욱 탄생 100년, 동주 서거 77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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