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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러 왔다가 암벽 탔어요"…'1타3피' 재밌는 극장

황태자의 사색 2022. 2. 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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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러 왔다가 암벽 탔어요"…'1타3피' 재밌는 극장

코로나 시대 영화관의 변신
CGV 피카디리1958 가보니

  • 김유태 기자
  • 입력 : 2022.02.11 17:02:40   수정 : 2022.02.12 00:54:52
 
 

서울 종로구 CGV 피카디리1958 내에 위치한 스포츠 클라이밍짐 피커스(PEAKERS)에 모인 암벽등반가들. [사진 제공 = CGV]
서울 종로3가가 클라이머들의 새로운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상영관 2개를 전면 리모델링해 실내 클라이밍 암벽장으로 바꿨는데, 암벽장 개장 한 달 새 주당 1000명의 클라이머가 몰릴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클라이머들 사이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가봤던 다른 암장(巖場·암벽장을 뜻하는 클라이머들의 줄임말)보다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시원하고, 풀어야 할 문제도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11일 CGV 피카디리1958에 위치한 스포츠 클라이밍짐 '피커스(PEAKERS) 클라이밍 종로'에 따르면 지난 1월 7일 개장한 피커스 이용 고객은 주말 하루 300명, 주당 1000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피커스 해시태그(#피커스클라이밍)를 건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지난 한 달간 1000명을 넘었다. 오수진 CJ CGV 공간콘텐츠팀장은 "평일에 비해 주말 이용객이 2~3배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피커스는 정상(peak)을 오르는 사람들(ers)이란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피커스 종로의 최대 강점은 무엇보다 상영관의 높은 층고를 활용한 암장이란 점이다. 전국 클라이머들이 찾는 암장 역시 일반 건물보다는 층고가 높지만, 피커스 종로는 상영관 스크린 높이를 그대로 반영하면서 다른 암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층고를 자랑한다. 피커스 종로 암장의 높이는 5.7m다. 5년 차 클라이머인 김성규 씨는 "다른 암장에서 보기 드문 톱아웃(Top-out) 방식의 문제도 있어서 색달랐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암장은 층고가 상영관 정도로 높지 않다 보니 통상적으로 완등하면 벽면 맨 위에 설치된 홀드를 손으로 터치하고 내려오는데, 피커스 종로는 암장 꼭대기에 올라 뒤편으로 내려가도 될 정도로 층고가 높다 보니 톱아웃 방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위치가 서울 시내 한가운데인 데다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 2-1번 출구와 바로 연결돼 있어 퇴근길에 잠시 들를 수 있다는 점, 클라이머에게 꼭 필요한 능력인 점프력이나 멀리뛰기를 스스로 측정해볼 수 있도록 즐길 요소를 다수 배치했다는 점, 클라이밍 후 종로와 을지로 노포도 함께 들러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피커스 종로가 클라이머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으면서 동시에 CGV 영화 관객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극장 측은 파악하고 있다. 피커스 암장에서 클라이밍을 마친 뒤 바로 옆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CGV 피카디리1958은 당초 8개관이었으나 7관과 8관을 암장으로 변신시켰다. 이 때문에 상영관 4~6관과 피커스 종로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동일하다.

2년 차 클라이머 이선호 씨는 "대학 동문으로 구성된 동호회에서 정기적으로 피커스 종로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며 "클라이밍과 영화 관람을 동시에 즐기려는 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CGV]
CGV가 상영관 내 공간 변화를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GV 용산점은 방탈출 게임 전문 기업인 비트포비아와 협업해 방탈출 게임 공간인 '미션 브레이크'를 운영하고 있다. 게임 콘셉트는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현재는 tvN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막내 작가가 되어 미션을 해결하는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탐정훈련소' '시간거래소' 등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고 있다.

극장 업계가 상영관 내 공간 변화를 시도하는 건 3년 차에 들어선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상영시간 규제, 띄어 앉기 규제 등으로 극장 업계에 적자 경영이 지속되고 있지만 함부로 극장 영업을 중단할 수도 없다. 국내 극장 업계는 보통 건물주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짜리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영업하고 있는데 계약 해지 시 건물주에게 남은 임차료를 전액 물도록 규정돼 있어 함부로 영업을 끝내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전방위적인 등장, 동일한 작품의 극장·OTT 동시 개봉이 일상화되면서 '오늘날 왜 극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극장 업계 고위 관계자는 "클라이머를 위한 피커스 종로, 방탈출 게임 마니아를 위한 미션 브레이크 등은 기존 공간을 활용해 수익성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젊은 예비 관객을 유인해 영화관에도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와 동시에 OTT의 시대에 '왜 극장이 필요한가'에 답하기 위해선 체험 콘텐츠의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