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뚝심 리더십, 감독 경질설 나올 때 선수들은 믿었다
[스포츠 오디세이] 김판곤 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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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울산과 전북에서 미드필더로 뛰었던 김판곤 감독은 7년간 홍콩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홍콩 신사’로 변모했고,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국제 인맥을 쌓았다 [중앙포토]
임인년 새해, 한국 축구가 겹경사를 맞았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남자 A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2경기를 남기고 A조 2위를 확보해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대업을 이뤘다. 전 세계 6번째의 영광스런 기록이다.
콜린 벨(61·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도 지난 6일 인도에서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티켓도 확보했다.
영광의 순간 뒤에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감당한 전문가들이 있었다. 벤투와 벨이라는 ‘최상의 선택지’를 뽑아낸 김판곤(53)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가장 격려 받아야 할 사람이다.
홍콩 국가대표팀을 맡아 ‘판곤 매직’을 시현하던 그는 2017년 대한축구협회의 부름을 받았다. 감(感)과 인맥에 의존하던 기존 감독 선임 방식을 확 뜯어고친 김 위원장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감독을 뽑고, 선임된 코칭스태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떠나기 전날, 김 감독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한국인 지도자, 동남아 진출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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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벤투 감독과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벤투 호는 초반에 많이 흔들리고 삐걱댔다. 2019년 1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져 탈락했다. 2021년 3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선 0-3으로 참패했다.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과 최종예선 초반까지만 해도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벤투는 고집불통이다. 매번 같은 선수만 쓴다” “빌드업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월드컵 본선에 나가려면 늦기 전에 감독을 바꿔야 한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벤투는 요지부동, 흔들리지 않았다.
정몽규 회장 굳건한 지지가 큰 힘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보다 더 중요한 게 운영과 관리입니다. 지원 스태프를 잘 꾸려주고, 훈련과 경기에 대한 리포트를 받아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으니까 월드컵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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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2022 아시안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2위)을 올린 콜린 벨(61·사진)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내년 8월까지 1년 6개월 더 지휘봉을 잡는다. 대한축구협회는 “벨 감독이 2019년 부임한 이후 2년여 동안 보여준 지도 능력과 열정을 인정해 이미 지난 12월에 재계약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외국인 지도자 중 연장 계약을 맺은 것은 벨 감독이 처음이다.
벨 감독을 영입한 김판곤 당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여자축구 현장에서도 ‘이번에는 외국인 감독이 맡아야 하지 않겠나’ 라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적임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벨 감독은 프랑크푸르트(독일)라는 특별하지 않은 팀을 맡아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냈고, 아일랜드 대표팀의 역량도 엄청나게 끌어올린 매력적인 지도자였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벨 감독은 우리가 추구하는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축구에 대한 지식과 공감, 그리고 열정이 있었다. 훈련 캠프 안에서 교육을 통해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앞으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벨 감독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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