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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 거대한 거울을 쏘아 올리는 이유

황태자의 사색 2022. 2. 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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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 거대한 거울을 쏘아 올리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2.14 00:48

지면보기지면 정보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과학철학

요즘 세상은 흉흉한 일만 있는 듯 하지만 그나마 좀 반가운 소식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사한 지 한 달 만에 목적지에 도달했으며 이제 곧 작동을 시작하게 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망원경은 미국·유럽·캐나다가 합작하여 25년간 공을 들여 만들었으며, 인간을 달나라에 보내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주도하였던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 제임스 웹(James Webb)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잘 느끼지 못하셨을 것이다.

우주 망원경이라 함은 천체를 관측하는 망원경을 지구상에 설치하지 않고 우주공간에 쏘아 올린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말은 쉽지만 보통 일이 아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무게가 6톤이 넘으며, 그것을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거리에 배치하였다. 그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의 약 4배에 달한다. 이 망원경의 가장 중요한 부품은 직경이 6m도 넘는 거대한 굽어진 거울이다. 금으로 표면을 도포한 이 엄청난 거울에 반사된 광선을 모으면 아주 희미한 것도 감지할 수 있다. 그렇게 펑퍼짐한 것을 로켓에 실어 우주공간으로 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차곡차곡 잘 접어서 목적지까지 보낸 후에 펼쳐지도록 기가 막힌 디자인을 하였다. 이 복잡한 망원경을 설계·제작·발사하는 비용은 110억 달러나 들어갔다. 그런데 왜 그런 힘들고 이상한 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발사에 성공
희미한 별빛을 모으는 거대한 거울
우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
겸허에 바탕한 진취적 기상의 성과

지구상에서 천체를 관측하고자 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아무리 조명이 없는 어두운 지역으로 망원경을 가지고 간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지구를 둘러싼 대기층이다. 공기는 빛을 이리저리로 굴절시키므로 보이는 천체의 모양을 흐릿하게 한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공기가 빛을 흡수한다는 점인데, 특히 파장이 긴 적외선을 잘 통과시키지 않는다. (대기층에 있는 이산화탄소 등 특정 기체가 적외선을 잘 흡수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효과의 근본 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으로 망원경을 쏘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근년에 허블 우주망원경이 큰 역할을 해내었는데 이제 그 수명이 다하였고,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도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우주의 여러 방향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관찰하는 것이 현재 천문학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온도가 아주 높지 않은 물체들은 우리 눈에 보이는 빛, 즉 가시광선을 내지는 못하지만 적외선은 방출한다. 우주의 머나먼 여러 구석에서 도달하는 적외선을 잘 관측하면 다른 태양계에 속한 행성들의 모습, 은하계가 형성되는 과정, 또 우주의 기원까지도 더 잘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망원경을 쏘아 올리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우주의 신비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 발현된 것이다. 인간들은 아주 옛날부터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빛나는 것들은 무엇이며 도대체 우주란 어떤 곳인지에 대해 궁금해하였다. 모든 고대 문명들은 천체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하였으며, 그것을 이해하고자 여러 가지 전설과 신화, 또 과학 이론들을 만들어 내었다. 머나먼 별나라의 일이나 우주 전체의 모습을 이해한다고 해서 별로 물질적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우주를 이해하려 들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어느 인간 사회를 보아도 천문학이나 우주론이 없는 문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간이 어떻게 감히 우주를 이해한다고 나설까? 크게 볼 때 지구는 정말 조그마한 돌덩이에 불과하다. 태양에 비하면 티끌같은 규모이다. 그런데 태양과 같은 별이 우리 은하계에 천억 개 이상이 있으며, 전 우주에는 은하계가 적어도 천억 개 이상이 있다. 정말 우주란 상상하기도 힘들게 광대하다. 그러니 이 미천한 티끌같은 지구의 표면에 붙어서 사는 우리 인간들이 우주의 본질이 어떻다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은가.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의 중요한 측면이다. 우주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인간은 갈릴레이가 400년 전 변변치 않은 망원경을 하늘에 들이대 본 이후 온갖 관측 기기를 발명하고 개선해 왔다. 또 우주 탐험을 시도하여 달에도 가 보았고 무인 탐사선을 보내서 금성과 화성에 착륙시켰으며, 더 멀리 있는 다른 행성들 근처에도 탐사선을 지나가게 하여 사진이나마 찍어 보내도록 하였다. 이런 끈질긴 탐구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노력도 없이 세상의 깊은 이치를 논한다는 것은 개똥철학에 불과하다. 또 자기는 신의 계시를 받아서 천지창조에 대한 진리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믿는가. 과학적 탐구는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이되 온갖 기발한 수단을 동원하여 그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능동적 노력이다.

세상사가 따분하고 짜증 날 때 광대하고 신비로운 우주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아주 쓸모없는 일은 아니리라.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과학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