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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는 기업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서는 연령 차별을 이유로 한 수십 건의 대규모 소송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년제를 폐지했고 40대 이상을 위한 ‘고용연령차별금지법(ADEA)’을 만들었지만 때로 무용지물이다. 최근에는 IBM이 나이 든 직원들을 ‘다이노 베이비스(Dinobabies)’로 부르며 “멸종시켜야 한다”고 한 내부 e메일이 공개됐다. 멸종된 공룡(dinosaur)과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s)를 합친 ‘다이노 베이비’는 퇴출 위기에 놓인 50∼70대를 비하하는 조어다.
▷베이비 부머(1946∼1965년생)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남다르다. 이들 중 53%는 나이 때문에 차별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뒷방 신세가 되는 연령대는 심지어 계속 낮아지는 추세. 아마존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0세, 페이스북은 29세다. 능력 차이가 문제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나이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차별이다. IBM을 상대로 소송을 낸 직원들은 회사가 “밀레니얼 세대 직원의 숫자가 (젊은 경쟁사들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한 것도 차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IBM의 직원 평균 연령은 48세다.
▷정년제와 임금피크제 등을 시행하는 한국은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는 노동 환경이나 제도가 다르다.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50대 임원이 연령 차별을 받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는 패소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나이와 상관없이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다르지 않다. 유명 광고 문구처럼 ‘나이를 먹어도 늙지는 않는다’는 일할 의욕과 역량을 갖춘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어야 한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