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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쿠폰 20장으로 소통의 문 열었죠

황태자의 사색 2022. 2. 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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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쿠폰 20장으로 소통의 문 열었죠

[내 인생의 OOO] 이혜민 ‘핀다’ 대표

이혜민 핀다 대표
정리=윤진호 기자
입력 2022.02.18 03:00
 
 
 
 
 
이혜민 핀다 대표가 최근 즐겨 마시는 디카페인 커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커피 그 자체보다 커피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긴다.
이 대표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 명에게는 ‘커피 한잔’을 제안한다.
내가 좋아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커피 값은 주로 내가 낸다”고 했다./핀다

1년 전 회사에 ‘헤이 커피(Hey Coffee)’라는 새 복지 제도를 만들었다.

 

직원 각자의 이름이 적힌 1만원짜리 커피 쿠폰을 연간 20개씩 나눠준다. 혼자서는 마실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다.

 

동료와 함께 마시거나, 동료에게 선물해야 한다. 서로 이야기할 계기를 만들거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때

커피를 활용해보라는 취지다.

 

“우리 커피 한잔할까요”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명에겐 ‘커피 한 잔’을 제안한다는 나름의

‘커피 룰’도 세워두고 있다.

 

커피 그 자체보다는 커피를 매개로 해서 이뤄지는 대화와 만남의 가치가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생각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어 만든 제도가 ‘헤이 커피’다.

 

동료들 사이에 궁금한 점을 수시로 물어보고 의견을 자주 나눌수록 업무 효율은 높아진다.

 

잘 모르는 동료에게 업무차 말을 걸면 어색하기 마련이지만 커피라는 간편한 매개체가 있으면 대화는 훨씬 잘 풀린다.

 

7년 전 핀다 창업을 결정한 순간에도 커피가 함께 있었다.

 

2015년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눔코리아 대표직을 내려놓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았을 때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친목 모임에 나갔다.

 

대용량 파일 공유업체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였던 박홍민 현 핀다 공동대표와 말이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둘 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옮긴 터여서 할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제안했다. “언제 커피한잔하시죠.”

 

그 후 커피를 마시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이야기, 창업에 대한 고민 등을 나눴다.

 

그러다 내가 결혼하며 겪은 내 집 마련과 대출받기의 어려움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당시 커피를 앞에 두고 나눴던 ‘대출을 좀 편히 받을 수는 없을까’라는 문제 의식이 결국 공동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혜민 핀다 대표./핀다

2011년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때 나는 우선 주변인에게 자문부터 구했다.

 

중학교 짝꿍으로 시작해 남편이 된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와도 커피를 마시며 창업 아이디어를 나누고

열띤 토론을 하곤 했는데, 그런 대화가 창업의 씨앗이 되지 않았나 싶다.

 

커피를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를 나는 다른 사람과 많이 공유하고자 한다.

 

누구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좋은 조언을 받을 멘토를 연결해주거나, 직원을 찾는 창업자가 있으면 인재를 추천해주는 식의

소소한 소개들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연결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잘 아는데 이런 자리에서도 커피가

큰 역할을 한다.

 

처음 보는 사람과 밥 먹기는 어색하고 사무실에서 보자니 딱딱하다고 여겨질 때 커피가 고민을 해결해준다.

 

임신·출산 후 호르몬에 불균형이 생겨 요즘은 디카페인 커피만 마신다.

 

하지만 “커피 한잔해요”라는 말은 열심히 던지고 있다.

 

☞이혜민 핀다 대표

 

대학에서 서어서문학을 전공한 후 2007년 STX에 입사했다. 2011년 퇴사 후 화장품 샘플 박스를 정기 배송해주는

‘글로시박스’, 유아용품 배송업체 ‘베베엔코’를 창업했다. 2015년에는 대출 중개 플랫폼인 핀다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