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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황태자의 사색 2022. 2. 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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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중앙일보

입력 2022.02.18 00:14

지면보기지면 정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오스카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제인 캠피언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는 여러 상징과 은유를 사용하는데 그중 하나는 ‘개’다. 제목인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는 구약성서의 시편 22편 20절에서 인용한 것으로, ‘개의 힘’ 혹은 ‘개의 세력’으로 직역할 수 있지만 한국의 성경에선 이렇게도 번역한다.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 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개 입에서 빼내 주소서.”(공동번역) 성서 원문에 대한 영역과 한역의 차이인 셈이다.

파워 오브 도그

무엇이 더 정확한 번역일까? 그렇다면 ‘개의 세력’보다는 ‘개의 입’을 선택하려 한다. 영화엔 정확히 그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조카인 피터(코디 스밋-맥피)와 함께 산을 본다. 그동안 무시하며 멀리했던 조카와 처음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세상을 떠난 절친 브롱코 헨리를 언급한다. “저 산에서 브롱코가 뭘 봤는지 알아?” 피터는 곧장 대답한다. “짖어대는 개요.” 그러면서 산 그림자 쪽을 가리킨다. “입을 크게 벌린 개 같잖아요.” 개는 악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려 보이는 피터에게 의외로 어떤 악마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이 장면은 암시한다. 마초처럼 보이지만 비밀을 지닌 필과 얌전해 보이지만 내면과 외면이 크게 다른 피터. 과연 누가 누구를 삼킨 것일까? 신만이 아실 것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