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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는 러시아 군복을 입었지만 부대 기장을 달지 않은 사람들이 무장한 채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에 나타났다. 러시아는 그들이 우크라이나의 지배에 반대하는 러시아계 주민들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군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번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가짜 영상을 만들어 뿌리는 작전을 펴고 있다. 영상 속에는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포탄 공격을 받고 러시아계 주민들이 러시아로 피란하는 모습이 담겼다.
▷가짜 깃발이란 말은 해적들이 상선에 접근하기 위해 그 상선에 우호적인 나라의 깃발을 건 데서 비롯됐다. 가짜 깃발 작전은 나중에 국제해양법에 의해 해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가짜 깃발을 걸고 공격한 직후에는 즉시 진짜 깃발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도 진짜 깃발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미국은 2014년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번에는 당하고 있을 수만 없다고 판단했는지 러시아가 제작하는 가짜 영상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공개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관 폭파 자작극에 이어 화학공장 폭파 자작극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전 세계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시대다. 스마트폰을 통해 한쪽에서는 가짜 영상을 뿌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짜임을 폭로하고 있다. 누가 하이브리드라고 불리는 이 미래형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인가.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